테러, 한국은 안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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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시민들이 도로변에 촛불을 켜놓고 런던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에든버러 로이터=연합]

한국은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런던 테러 때문이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한국이 미국.영국에 이은 이라크 파병 3위 국이라는 점이다. 런던 테러는 이라크전 동맹 체제를 와해할 목적으로 자행됐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국가정보원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이후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테러 위협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 널린 위험요인=국내에는 테러조직이 노리는 미국 공관과 미군 시설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특히 2002년 4월 튀니지에서 천연가스 트럭 테러를 한 튀니지 국적 알카에다 요원이 1997~98년 한국에 불법 체류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더구나 한국은 폭발물 제조 물질의 관리가 허술하다. 최진태 한국테러연구소장은 "요소 비료와 페트병만으로도 폭발물을 쉽게 제조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 영국 등 선진국과 달리 이런 물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국 등에 비해 위험 요인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은 이라크에서 군사적 점령 업무를 맡은 반면 자이툰 부대는 평화 재건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뉴욕과 함께 자본주의의 심장부이지만 한국엔 그 같은 상징성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에선 외국인의 활동이 쉽게 눈에 띄어 테러리스트가 잠입해 파괴활동을 벌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 비상 걸린 정부=정부는 8일 고영구 국정원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대테러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여기에선 해외공관과 국내 주요시설에 대한 테러 대책, 해외 거주 교민 보호조치,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안전 점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4단계 테러 경보(관심→주의→경계→심각) 중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국방부는 주요 군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자이툰 부대는 24시간 경계 중이고, 자살 비행기 테러에 대한 대책 등도 마련 중이다. 군은 부대방호태세를 평상시(4단계)보다 격상된 테러 첩보 징후 경계단계(3단계)로 유지하고 있다고 합참 관계자가 말했다. 또 특전사의 대테러부대인 707대대를 비롯한 전국의 특공부대가 출동 대기 상태다.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화생방방호사령부 등에도 대기명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주한 미국대사관과 서울.부산 등 7개 주요 역사에 경찰 특공대를 배치했다. 특히 공항과 항만, 지하철과 터미널 등 다중 이용시설에 경찰을 전진 배치해 검문 검색과 폭발물 탐지 활동 등을 강화하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강주안.김승현.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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