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믿어야 하나…|영·아르헨 전황발표

【워싱턴=김건진 특파원】월남전이 한참일 때 월맹이 격추시켰다고 주장한 미군비행기의 숫자를 모두 합쳐 보니 미 본토 안에 있는 미군비행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더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 경우와는 좀 다르지만 최근의 포클랜드사태와 관련된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발표내용에도 상당한「차이점」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런던이나 붸노스아이레스에서 나오는「전 승보」나「상황발표문」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심리전 또는 선전전의 측면에서 이해되는 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어떤 발표문의 내용은 불과 수 일 후에 새빨간 거짓임이 드러나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가장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아르헨티나 측 발표내용은 과장과 거짓이 많이 섞여 있으며, 영국 측 발표내용은 아르헨티나보다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나 가끔 의식적으로 여론을 오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지금까지 영국과 아르헨티나 양측이 발표한 내용 중 과장된 부분과 사실과 다론 예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먼저 아르헨티나의 경우.
아르헨티나는 지난 2일 영국의 해리어 전투기 11대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으나 영국항공모함 허미즈 호에 승선중인 영국특파원들은『항공모함을 발진했던 항공기가 모두 귀환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는 영국항공모함 허미즈 호가 아르헨티나군의 공격을 받고 화재가 발생, 항공모함이 기울어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이 발표가 나온 지 몇 시간 후 허미즈 호에 타고 있던 한 통신원은『화재도 없었고 배가 기울고 있지도 않다』고 보도.
지난 4월24일 영국군이 사우드조지아도 탈환작전을 감행했을 때 아르헨티나 군은 영국함정 엑시터 호를 폭격, 이를 격침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엑시터 호는 이 작전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역시 영국군이 사우드조지아도 탈환작전을 끝낸 후 아르헨티나는『애국적인 아르헨티나 군이 산악지대에서 조직적인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영국은 『투항한 아르헨티나범사들을 영국함정에 초대, 저녁식사를 대접한 후 보호 중』이라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발표가 이렇게 대체로 과장이 많았던 반면에 영국의 발표내용도 상당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미 정보기관의 지적이다.
영국이 가장 의심을 받고 있는 부분은 사태초기 영국이 포클랜드 주변 2백 마일을 전쟁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이미 영국의 핵 잠수함들이 포클랜드 해역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의적으로 누설시킨 점이다.
영국해군 주력함대가 이제 막 8천 마일의 항해를 시작하려는 순간에 잠수함이 이미 포클랜드를 초 계 중이라는 인상을 준 이 보도는 영국 측이 고의적으로 흘린「역 정보」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영국의 핵 잠수함 수퍼브 호가 계속 포클랜드해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얼마 후 이 잠수함은 영국의 한 해군기지에서 목격됐다.
포클랜드 수도 포트스탠리 공항과 구스그린 공항에 대한 영국군의 1차 공격 때도 영국은 공항시설을 파괴시켰다고 했으나 아르헨티나 측은「정상가동」임을 입증하는 TV필름을 방영했다.
이 TV필름 자체의 진실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나 영국은 4일 이들 공항에 대한 2차 공격을 감행했다.
수 백 명의 아르헨티나병사들을 수장시킨 아르헨티나 순 양함 벨그라노 호의 격침사실은 오히려 아르헨티나 측이 먼저 정확하게 발표한 케이스.
영국이 벨그라노 호에 피해를 줬다고 발표한지 수 시간 후 아르헨티나 측은 이 순 양함이 침몰돼서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알려 영국 측 발표내용에도 신빙성 문제를 제기시켰다.
분쟁당사국인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제3자적 입장에서 포클랜드사태를 보도하는 미국의 언론들은 이러한 양측 발표내용의 차이점이 큰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ABC-TV는 이러한 상황이 나온 것은 『객관적 보도를 할 수 있는 미국의 기자들이 현지에서 검열과 제한 등으로 제대로 취재활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아전인수 식 해석까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