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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의 과잉군사행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국함대야말로 유럽최고의 외교관』이라고 말한「넬슨」제독의 자만이 포클랜드분쟁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서방진영의 주요 국가들끼리 사실상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남대서양에서 유일하게 이득을 보는 나라가 소련이라는 걸 생각하면「대처」내각의 개 전은 그것이 비록 아르헨티나에 의한 포클랜드군도의 강점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해도 서방진영을 분열시긴 행위로 비판받을 만하다.
소련의 팽창주의 정책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비롯한 카리브해지역에서 극도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 마당에 서방세계가 라틴아메리카 대 구미, 스페인어 권 대 영어권 따위로 분열, 대립된다는 것은 불안의 확대를 자초하는 결과밖에 안 된다.
우리는 많은 전쟁이 전쟁을 예방한다는 명분아래 도발되는 것을 보아 왔다. 포클랜드군도에서의 영국의 확 전도 그런 경우의 하나다.
제3자의 입장에 서있는 서방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특히 영국의 처사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르헨티나가 미국과 영국의 외교적인 압력과 군사적인 위협에 굴복하여 아르헨티나 군의 포클랜드 철수의사를 밝힌 직후에 본격적인 해상작전을 시작한 점이다.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자들이「이 빠진 사자」꼴인 영국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더욱 개탄할 일은 아르헨티나 군사지도자들이 포클랜드군도자체의 중요성 때문이 아니라 국내의 정정 불안을 당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정치적인 계산에서 군대를 포클랜드에 상륙시켜 분쟁을 촉발한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이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대가로 수백 명의 아르헨티나 수병들을 희생시키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포기한 것은 그것대로 유감스럽다.
미국의 「레이건」행정부도 영국지지를 선언하여 결과적으로 영국의 군사적인 행동을 고무함으로써 서방세계의 지도국가, 미주기구(OAS)회원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팽개쳐 버렸다.
영국의 군사행동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레이건」은 『이건 뜻밖이다』라고 말했지만 적어도 중남미지역에서는 「레이건」의 그 말을 믿기에는 미국의 도덕적인 권위가 너무 떨어져 버린 것 같다.
중남미국가들간에 『피는 물보다 짙단 말인가』고 감정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동서대결에서 소련 세 견제에는 유럽의 나토가 중남미의 미주기구보다 월등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유럽과 중남미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서야 비 유럽우방들의 심사가 어떠하겠는가.
분쟁초기에 영국을 지지하던 유럽국가들이 지금은 동요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인플레와 민심의 동요로 군사정부가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소련은 부지런히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면서 아르헨티나에 영국해군의 활동에 관한 정보와 군사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분쟁이 일단 끝나고 보면 아르헨티나는 소련에 엄청난 채무를 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떨어진 위신과 신뢰를 수습하여 양쪽을 견제하면서 중재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영국의 친구들은 영국 자신과 서방세계의 이익을 위해서 영국에 최대의 압력을 가하여 군사행동을 중지시키는 것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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