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스크린쿼터 축소 현행대로 유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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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가 자국 영화 점유율 40%대를 유지하는 문화 모범국이 된 것은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할리우드 독점에 맞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쿼터제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쿼터 유지는 반대 의견이 아주 적은 국민적 합의 사항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있었고, 주무부서인 문화부는 '현행 유지'의 입장이고, 국회도 두 번에 걸쳐 쿼터 유지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영화협회와 미국 정부가 쿼터 연계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한국 영상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5년 만에 스크린 수는 두 배, 관객은 세 배로 늘었다.

쿼터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주한미상공회의소는 쿼터 축소 문제를 한.미 투자협정 체결의 전제로 삼지 말자고 본국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이를 주장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시청각 서비스 분야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가고, 나아가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가려는 국제사회의 실천적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속셈이다.

이런 배경은 지난 3월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영화.방송.음반 분야 등의 메이저들이 '자유무역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산업연대'를 결성한 사실에서 확인된다.

쿼터 폐지.축소의 명분으로 국익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내세우는 시장주의자들은 문화와 경제의 상생을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놓치고 있다.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