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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라차 소스'로 미국 석권 '후이 퐁 푸즈사' 회장 인터뷰

미주중앙

입력

한인에게도 유명한 초록빛 뚜껑의 스리라차 핫소스의 `후이 퐁 푸즈사(Huy Fong Foods)`의 데이비드 트랜 회장이 어윈데일시에 있는 공장에서 회사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후이 퐁 푸즈사는 매일 아침 벤추라에서 16만8000파운드의 고추를 직송해 깐깐한 공정 과정을 거쳐 핫소스로 만든다. 김상진 기자

저 멀리 대형 트럭 한대가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공장 앞에 섰다. 트럭엔 새빨간 고추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고추는 벤추라에서 직접 재배된 것으로 매일 아침마다 배달된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옮겨지는 빨간 고추를 일일이 손으로 집어가며 꼼꼼하게 살피는 한 노인이 있다. 스리라차 소스 '후이 퐁 푸즈사(Huy Fong Foods)'의 데이비드 트랜(69) 회장이다. 올해 이 회사는 핫소스 제조공장에서 비롯된 매운 냄새로 공해 여부를 두고 텍사스로 공장을 이전안 등 소송에 휘말렸지만 어윈데일 시의회와 극적 합의점을 맺은 바 있다. <본지 5월30일자 경제3면> 지난달 20일 어윈데일시 후이 퐁사 공장(65만 스퀘어피트)에서 트랜 회장을 만났다.

◆"직접 체험하고 느껴라"

트램을 타고 공장 견학이 시작되자 공장 곳곳에 '빨간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장에서 하루동안 사용되는 고추는 무려 16만8000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트럭(1대당 4200파운드 적재 가능) 40대 분량이다. 한 직원에게 슬쩍 제작 공정을 물었다. 스리라차 소스는 ▶매일 아침 수확된 고추를 3번 까다롭게 세척하고 ▶고추와 식초, 마늘, 설탕을 후이 퐁사의 레서피로 배합해 ▶병에 담는데 모든 것이 전자동 로보트 시스템을 통해 최종적으로 박스에 담긴다.

◆비즈니스 운영 어려운 '가주'

공장 투어를 마치고 홍보 직원이 트랜 대표에게 안내했다. 깡마른 체격의 한 할아버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공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소송'에 대한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5월 후이 퐁사는 어윈데일시와의 기나긴 법정다툼을 마쳤기 때문이다.

소송 관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중국인이지만 베트남에서 태어난 트랜 회장은 극적 타결의 배경으로 '이민자'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소송 때문에 텍사스주 등에서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공하며 공장 이전 제의를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나는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1세대로서 계속 이곳에서 후세들을 위해 비즈니스를 하며 이민자로서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의 갈등은 엄청난 위기였다. 트랜 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색다른 아이디어 창출과 비즈니스 이미지 쇄신의 기회로 삼았다.

후이 퐁사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오히려 공장문을 활짝 열었다. 소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무해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개방을 선택한 셈이다.

트랜 회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공장 오픈하우스를 개최했다. 이 기간 방문객만 무려 1만 명이 넘었다. 트랜 회장은 주민들이 직접 공장을 보고 체험하면서 '안전'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했다. 진심어린 전략은 통했다. 직접 공장을 방문해본 지역 주민들은 매운 냄새가 공해라는 관념을 버리기 시작했다.

트랜 회장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운 냄새가 공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투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냄새를 맡게 했더니 분쟁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투어를 마치고 방문객들에게는 직접 설문 조사도 실시했다. 주민들은 적극적이었다. 후이 퐁사가 어윈데일시의 자랑임을 인식하고 기프트 샵을 만들어달라고 요청도 했다.

트랜 회장은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 냄새가 나듯이 후이 퐁사에는 스리라차 냄새는 당연한 원리지만 직접 공장을 방문한 이들에게 체험하게 했더니 오해도 사라졌다"며 "소통하기 시작했더니 시정부 및 주민들에게 있던 불만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EO 이전에 나는 생산자

트랜 회장은 칠순에 가까운 나이지만 아직도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한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편하게 쉬어도 되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장을 직접 뛴다. 트랜 회장은 연간 6500만 달러 매출(2500만 병)을 기록하는 회사의 대표지만 삶은 검소하다.

트랜 회장은 "나는 회장 이전에 '생산자'다. 물론 가족 비즈니스로 아들과 딸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은퇴 전까지는 현장에서 열정을 갖고 뛰고 싶다"며 "앞으로 후이 퐁사는 전문 경영을 배운 아들과 딸에 의해 더욱 발전하는 회사가 되겠지만 나는 은퇴 후에도 공장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스리라차 소스는 전국의 마켓과 식당에 납품된다. 또 두바이, 중국 등 해외에도 납품된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정부 규제 때문에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트랜 회장은 "많은 수출업자들이 한국 납품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한국 FDA 측과 상의 중이다"며 "이로 인해 정식 유통과정을 걸치지 않은 제품들이 한국에서 한병에 12달러까지 고가에 판매중 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재료로 깨끗한 공정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이다. 빠른 시일 안에 한국 소비자에게도 저렴한 가격으로 스리라차의 매운 맛을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윈데일=이성연 기자

☞이 퐁 푸드사는?

중국계 베트남인 데이비드 트랜(69) 회장은 1978년 LA다운타운으로 이민왔다. 회사명인 '푸이 퐁(Huy Fong)'은 베트남전 후 그가 미국으로 이주할 때 타고 온 배 이름이다. 스리라차에 새겨진 수닭 로고는 그가 닭띠의 해에 태어난 것에서 착안을 해 만들었다. 공장은 1978년 LA다운타운에서 문을 열었고 1980년 로즈미드시로 옮겼다가 2010년, 현재의 어윈데일시로 이전했다. 공장 직원 170여 명. 매년 8월부터 11월까지는 고추가 생산되는 '칠리 시즌(Chilli Season)'에는 공장이 주 6일, 24시간 동안 풀 가동된다. 이 시즌에는 시간 당 16만2000병이 생산되며 제조된 소스는 35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 뒤 FDA의 검사를 받고 전국으로 납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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