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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깊이보기: 흔들리는 한국영화

일방적 매도는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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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영화계 사태의 키워드는 산업화와 시장경제다. 그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는 산업적 성숙 없이 덩치만 커졌으며, 그 결과 시장경제 원리와 충돌하고 말았다. 사실 이번 문제는 누구나 예측했던 것이다. 연예산업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진통이다. 특정 집단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함께 반성하고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산업사회의 중심은 자본이다. 무엇보다 투자자는 수익성을 따진다. 흥행력이 입증된 스타 캐스팅이 일정 부분 불가피한 이유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정보에 노출돼 살고 있는 스타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에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다. 동시 출연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그들도 한 번의 선택 앞에서 숨 막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화와 방송은 막대한 자금으로 이뤄진다. 그 자금은 스타를 요구한다. 그런데 스타는 많지 않다. 1년 동안 제작되는 상업영화나 각 방송사의 '메인 상품'인 미니시리즈 제작 편수를 헤아려 보라. 이미 수요(스타)와 공급(작품)의 법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제작사는 지명도 높은 배우와 작품을 하고 싶어하며, 매니지먼트사는 신인 스타를 좀 더 많이 기용해 주길 바란다. 그 양자의 입장 차이, 혹은 마찰에서 스타와 매니지먼트사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연예기획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일방적 매도는 곤란하다. 연예산업에선 투자사.제작사.감독.배우.작가.일선 스태프,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가 뗄 수 없는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당연히 위기에 대한 진단도 다각적이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서로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민간 외교의 선두 마차인 '한류'에 대한 실질적 진작책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에서 실행 중인 여러 형태의 기금(펀드) 역시 좀 더 규모 있고 적절하게 써야 한다.

대중문화의 주인은 정부도, 제작자도, 매니지먼트사도, 연예인도, 언론과 방송도 아니다. 말 그대로 대중의 것이다. 누가 누구의 우위에서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영화사든, 연예기획사든 양질의 문화를 대중에 전달해야 하며 냉정한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

홍종구 메이저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