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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편집·보도국장과 간담회] "성장률 3.8% 나쁘다고만 보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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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29명과 간담회 및 오찬을 함께하며 국정 전반의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역구도 등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겠다"며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쟁점 현안인 서울대의 '본고사 부활' 논란에는 대학의 양보를 단호하게 촉구했으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세무조사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다 쓰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는 평소 국무회의장으로 사용되는 본관 세종실에서 1시간40분 동안 개최됐다. 다음은 노 대통령과 국장단과의 대화록 요지.

▶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국장들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대학입시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김춘식 기자

***외교안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제안의 내용이 뭔가.

"중대제안 문제는 국민들한테 속시원히 밝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 동의도 구해야 되는 문제다. 그러나 협상의 내용이 전략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개되면 이미 제안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이 제안은 또 우리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과 함께 조율해야 비로소 전략적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없어 부득이 비밀로 하고 있다. 양해를 해 주시면 고맙겠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제일 위험한 것이 서해상의 충돌 가능성인데 이를 배제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고 신뢰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

-6자회담과 별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나.

"결국 북.미 간 타협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그동안의 저의 전망이었고 지금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쪽의 생각이 바뀌면 나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항상 열어놓고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좋은 기미는 없다."

-한.미 관계의 기조는 뭔가.

"우리가 너무 남의 나라에 안보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 보고받아 보니까 우리 안보 전략이 너무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 안보는 1차적으로 자력으로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작전통제권도 환수돼야 한다. 다음에 한.미 동맹 관계도 우리 국민이 바라는 만큼 보다 더 균형적인 관계로 가야 한다. 이런 몇 가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제

-정치 문제 제기가 경제의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 회피용 아닌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하거나 전방위 세무조사를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정책을 내놨을 때 정책의 추진력에 의심을 받으면 아무도 (정부를)믿지 않는다. 대통령의 생각과 당의 발언이 다를 때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 것인가.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부동산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돈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그것은 바로 투자로 연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짧게 봐도 정치와 경제가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거품이 들어갔다가 꺼지면 시장이고 뭐고 없다. IMF 위기 같은 것을 다시 우리가 맞이할 수 있고 일본의 10년 침체와 같은 경제위기 내지 파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가는 것은 한국 경제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막아야 된다.

과세권은 쓸 수 있는 수단, 합법적인 수단은 다 쓰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투기소득을 제도적으로 전부 세금으로 환수하는 문제는, 가지고 버티면 보유세, 팔아서 남긴 것은 양도세로 해서 다 환수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언제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나.

"결국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내가 (대선)후보이던 2002년 우리 경제가 아주 심각하게 성장에 부담이 생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미처 충분히 간파하지는 못했다. 가계신용불량이라고 하는 엄청난 사태, 카드회사의 부실이라고 하는 엄청난 사태가 2002년에 그렇게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좀 잘 몰랐다.

욕심 같아서는 2003년에 좋아질 것이라고 좋아지기를 기대했는데 2003년에는 계속 악화되는 과정이고 2004년 중반기에 와서부터 이제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3.8%라고 하는데…4% 정도는 하려고 한다. 우리 상황을 나쁘다고만 보지 말고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고 전망이 밝다, 이렇게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또 그 점에 관한 한 분명히 자신있다."

-노사문제에 대해선.

"노사정 문제는 제가 뼈아프다.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소위 유럽식의 어떤 질서를 만들어 본다는 것이었는데 좀 과욕이었던 것 같다. 현재까지 큰소리만 해 놓고 이루지 못한 정책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 구속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처리 방향은.

"사건(대우부도) 당시엔 연민의 정을 느꼈었다. 크게 성공했던 사람이 어떤 커다란 역풍을 만나서 난파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정치하는 사람과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좀 감상에 젖은 일은 있지만 그건(법적 처리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겠는가. 김 전 회장과의 물밑 접촉은 없었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치

-개헌과 관련한 구상이 있나.

"(권력)구조는 중요하다. 후보 시절 여소야대에 대해 대비하고 고민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으냐. 그러면 기사 되지 않느냐.

미국처럼 정당적 통제가 없는 나라에서만 여소야대가 얼마간 유지되고 나머지는 다 연정한다. 동거정부를 할 수준이면 동업하고 주식회사를 할 정도의 수준인데 우리 정치도 그 수준으로 가자는 것이다. 찬성, 반대, 적절치 않다는 등의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만 연정이 부도덕하다는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 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수준으로만 국민에게 인식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본다. 그 이상 특별한 것은 없다.

소연정, 대연정이든 정계개편의 음모, 야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어 거국적 국정운영이라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대통령의 사정으로 시도 못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야당 사정이 못 받아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가 지역구도 문제를 논의하면 대통령의 권한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놔도 되겠다는 것이다. 선거를 다시 하자면 국민이 너무 힘드니까 실질적으로 권력만 이양하면 되지 않겠느냐.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를 대통령과 협상한다면 그 이상의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

-자이툰 부대의 감군.철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또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복안은.

"아직 대통령으로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고 있지만 파병 명분을 벗어나느냐를 따지고 그 다음에 안전성을 함께 고려하겠다. 한.미관계의 현실적 토대에서 파병한 것이므로 그것을 고려할 것이다. 또 우리 군대가 아르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이제는 미국뿐 아니라 이라크와의 관계도 고려해서 실컷 잘해주고 떠날 때 섭섭하다는 소리 듣기보다 마지막까지 관리 잘하면서 우리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검토하겠다.

(양극화 문제와 관련)아주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없다. 그나마 더 나빠지지 않게 지키는 것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양극화에 있어 부동산이 핵심적인 것이다. 양극화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양극화가 생겨도 땀과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시장에서 무엇을 선점하는 경우라면 사람들이 수용하기 쉽지만 투기 소득으로 양극화가 생기는 것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실감이 크므로 부동산 정책은 정말 전쟁하듯이 하는 것이다."

-합당을 검토한다면 민노당.민주당 중 어디가 가능성이 높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연정에 관한 얘기를 한 것은 금기를 깨자는 게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새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야당이 다 뭉치면 야대가 된다. 야당이 뭉쳐서 달라면 드리겠다. 내것을 안 내놓고 도와 달라고 하면 대화가 안 되니 야당이 손잡고 정권 달라면 드릴 테니 대화정치를 해보자, 그게 안 되면 소연정, 대연정이라도 하자, 노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가 중요한 것 아니냐. 대변인 독설정치, 가십정치 수준은 넘어서는 정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 등 인사 문제는.

"영남 낙선자 많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초당적 국정운영도 해야 하지만, 나는 열린우리당의 저명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제도를 바꿔 지역구도 해소를 못 하면 열린우리당이라도 인물을 키워 선거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국정에 큰 지장없이 할 테니 그거 하나는 좀 봐주시라."

-대 언론 관계는.

"내가 느끼는 제일 큰 어려움은 나를 도와주는 언론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대통령이라는 권력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뭔가 공작하고, 힘쓰는 자리고 음침한 일을 하는 자리라는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편을 들어 글 쓴 것으로 간주되면 선명성이 떨어져 별 재미가 없는 환경에서 언론이 글을 쓰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나에게 우호적인 언론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립이라고 하면서 보편적인 정서가 중립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정말 당혹스럽다. 언론과 대결적인 상황 속에서 출발을 했지만 우리는 언론을 매우 존중하고 언론문화가 더 향상되도록 함께 노력할 생각이다."

최훈.이정민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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