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한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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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은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현 수준(연 3.25%)으로 유지키로 했다.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을 외면한 것이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6월부터 소비는 물론 투자와 생산.고용 등 많은 분야에서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출시 효과에 따라 승용차 내수 판매가 5~6월 두 달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백화점.할인점의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세를 지속한 것도 고무적 현상으로 꼽았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설비투자가 5월 중 전년 대비 7.7%로 큰 폭 증가하고, 건설투자도 건설기성액이 증가세를 보인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적잖은 경제 전문가는 이런 한은의 경기 인식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은은 불과 사흘 전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 내놓은 당초 전망(4.0%)보다 낮춘 3.8%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전년 동기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을 당초보다 하향 조정한 것은 물론 상품 수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투자는 지난해 3.8%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2.8% 성장에 그쳐 회복세가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올 상반기는 -1.2%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당초 34달러로 전망했던 평균 원유 도입 단가는 48달러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박 총재도 "경기 회복에 대한 당장의 걸림돌은 기름값과 부동산 가격 문제"라며 "기름값이 올 들어 지난해보다 약 40% 올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약 0.8%포인트 끌어내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치는 것을 보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줄 미리 알았다"고도 밝혀 올해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음을 털어놨다. 결국 한은은 경제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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