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 교수「미래가정」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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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흔들리는 부권, 이혼율 증가, 고부간의 갈등 등 점차 표면화되어 가는 현대의 가정문제는 가족관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찾으려는 욕구로 발전하고있다.
『미래의 가정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주제로 28일 하오 YWCA주최로 열린 수요강좌에서 조혜정 교수(연세대·문화인류학)는 『서구화와 산업화가 추진되는 사회적 흐름으로 특히 젊은 층에게 부부중심의 핵가족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가족형태라는 인식이 이미 일반화되었다』고 전제하고『그러나 한국의 핵가족제도가 가진 모순점에 대해 근본적으로 직시해야 될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한국 핵가족제도의 특징으로는 직장생활이 가정보다 우선되고 엄격한 성별에 의한 분업이 실시되어 남자는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적인 역할에 치중하고 여자는 남편과 자녀의 감정적인 문제와 질서유지의 입장에 처해있는 점이다. 또 부부간의 사랑에 의해 가족관계가 유지되는 핵가족제도는 사랑에 대한 욕구충족이 가정생활 전반의 문제에 특효약이 되고있다.
그러나 생산활동에서 소외된 여성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가사노동으로 검차 신경질환을 유발하게 되고, 남성 역시 져야 할 짐이 너무 무거워 자녀와 부부관계의 친밀감이 상실되고 수명이 단축되는 등 성공한 남자일수록 개인적인 희생을 치르는 예가 바로 그것이다.
자녀양육에 있어서도 성에 대한 유희와 자녀창조라는 입장으로 자녀에 대한 개념이 분화돼있는데다 아내 혼자 양육하게 되는 부담 때문에 자칫하면 자녀학대에 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낭만적인 사랑이지만 집에만 갇혀있어 불만에 싸인 아내로서는 사실상 지속적인 사랑의 관계수립이 어려운 것이 현 실정이다.
따라서 소외된 아내의 자리를 찾아주고 가정에서 상실된 부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자유와 성장이 함께 보장되는 가정운영이 이상적인 것이다.
여성이 가사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남녀의 능력과 취미에 맞게 일을 분담하는, 즉 하기 싫은 일도 나누어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상당수준의 가정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정의 모형은 독신가정 형태와 맞벌이가정의 증가, 사회적인 유대가 밀접한 개방적 가정, 꼭 장남이 아니더라도 3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대가족, 대가족 대신 서로 다른 두세 가족이 함께 사는 형태 등 보다 다양한 가족관계로 발전하리라 추정된다.
이와 같은 미래의 가정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의사표현능력이 남녀 모두에게 길러져야 하고 부부간의 의견충돌이 어떻게 하면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평하게 해결될 수 있는지에 관한 바람직한 해결점 모색에 관건이 달려있다』고 조 교수는 결론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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