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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9단은 결연히 끊어 승부를 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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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3국
[제4보 (53~69)]
白·曺薰鉉 9단| 黑·金主鎬 3단

백△로 끊어가는 曺9단의 모습이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그 서슬 퍼런 강렬함과 치열함은 오랜 세월 조훈현이란 사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전신(戰神)이라고도 불렀다.

바둑은 끊는 것. '기자(棋者)는 절야(切也)라'고 읊조리며 판이 부서져라 끊어가던 옛 국수들 생각이 난다. 서봉수9단은 바둑 실력을 늘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을 때마다 "연결하세요. 끊어지지 않으면 이깁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참을성 있는 이창호9단이라면 '참고도1'처럼 백1로 근거를 잡아 목숨부터 살아둘지 모른다. 흑은 물론 2로 지키겠지만 약간 뒤진 대로 장기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는가.

유창혁9단은 유명한 공격수지만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금과옥조로 삼는 사람이다. 그 역시 괴롭더라도 먼저 살아둘 가능성이 있다.

조훈현9단은 물어볼 것도 없이 끊는다. 그는 우하의 실리를 빼앗긴 아픔을 즉각 보복하지 못하면 바둑 두는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격은 운명을 만들고 기풍(棋風)은 한판의 바둑을 만든다.

백△의 절단에 당황해 57쪽에서 밀고나가면 바둑은 쉽게 역전된다. 행마는 머리를 먼저 내밀어야 한다. 상대를 뒤따라 밀고가는 것은 수레를 미는 것처럼 힘만 들뿐 얻는 게 없다.

김주호3단은 53으로 한칸 뛴 다음 55로 머리를 두드렸는데 흑이 한발 앞서가게 만드는 행마의 급소였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축이 유리하기에 가능한 수순이라는 것. 만약에 축이 불리하다면 '참고도2' 백1을 당해 흑은 수습불능에 빠진다.

金3단은 외길로 백을 몰아붙인 다음 63으로 백의 명줄을 조여갔다. 이 63으로 근거를 잃고 부평초 신세가 된 백은 이제 외곽의 흑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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