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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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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군이 사우드조지아섬을 기습점령함으르써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기술적」전쟁상태로 돌입하게 되자 미국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이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거센 압력을 받고있다.
「알렉산더·헤이그」미국무장관의 중재노력이 아직도 계속중이긴 하지만 미국의 진화작업의 성공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하게 됐다.
미국이 중립적인 태도(적어도 공식적으로는)를 버리고 어느 한쪽을 지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물론 미국이 영국을 지원하라는 얘기다. 이러한 압력은 전통우방관계를 내세우는 영국뿐만 아니라 의회쪽으로부터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존·타워」미상원 군사위원장같은 사람은 『미국의 여론은 사실상 친영』이라면서 「레이건」행정부의 적극적인 영국지지가 오히려 사태를 수습하는 길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또는 공식적으로 섣불리 영국펀을 들수도 없는 것이 「레이건」행정부의 고민이다.
중재를 자처한 미국이 한쪽편을 든다면 한가닥 남은 협상에 의한 해결가능성은 아예 없어지는 셈이며 자칫하면 아르헨티나에 동정적인 일부 라틴아메리카국가들과의 관계가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소련이 촉수를 뻗칠 우려마져 있다.
그래서 「레이건」행정부는 우선 「헤이그」를 통한 중재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아르헨티나가 이 문제를 제기한 OAS회의를 통해서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시킨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47년에 체결된 리오조약에 따라 OAS의 회원국인 아르헨티나가 영국의 침략을 받았으므로 다른 OAS회원국(미국포함)들이 아르헨티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와는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레이건」행정부의 생각은 첫째 영국이 사우드조지아섬을 점령하기 전에 이미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군도를 무력으로 점령했으므로 아르헨티나는 침략을 당한게아니라 먼저 무력을 사용한 침략자의 입장이며, 둘째 리오조약 제6조는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무력의 사용이나 협박을 규탄하고 있으며, 세째는 유엔헌장정신에 따라 포클랜드주민들 자신의 의사가 사태해결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점 등이다.
아르헨티나가 기대를 걸고있는 많은 중남미국가들도 아르헨티나의 인권탄압사례와 포클랜드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26일 아르헨티나의 요청으로 워싱턴에서 열린 OAS긴급외상희의가 아르헨티나의 당초 계획이었던 「지원결의」대신에 『영국과 아르헨티나에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런 저간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이다.
어쨌든 남대서양에서의 영국과 아르헨티나군의 무력배치도 완료된 상황이라서 중재를 위한 미국정부의 노력도 점점 시간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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