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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배부른 파업'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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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자 주인들은 파업 중?
6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24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대체 근무를 위해 출근한 한 외국인 조종사가 항공운항과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비노조원과 외국인 조종사를 긴급 투입해 운항에는 지장이 없었다. 인천공항=김상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6일 오전 1시부터 24시간 시한부 경고파업을 벌인 데 이어 17일 오전 1시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사흘째 유도로 등에서 저속 운항하는 등 준법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일부 공항에서는 군 전투기 훈련이 지장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날 오전 1시부터 7일 오전 1시까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을 전면 거부했다.

노조 측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쟁의대책위원 20명은 파업을 계속하고, 17일까지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조가 제시한 138개 요구사항 중 ▶외국인 조종사 감원▶향후 외국인 조종사 채용시 노조와 합의 등 78개 항목에 대한 노사 간 입장이 달라 이른 시일 내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총파업이 벌어질 경우 운항 편수가 30%가량 감소해 성수기 항공 대란은 불가피해진다"고 전망했다.

한편 노조 측은 이날 시한부 파업에 전체 조합원 527명 중 290여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노조원과 외국인 조종사를 활용해 국내선 152편과 국제선 105편 등 6일 예정된 항공편은 모두 정상 운항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4일부터 실시 중인 준법투쟁을 사흘째 이어갔다. 활주로 또는 계류장으로 이동할 때 저속 운항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공항에서는 공군 전투기의 비행훈련을 방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항공과 부산지방항공청 대구출장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올 예정이던 대한항공 KE 1502편이 대구공항에서 보행 수준으로 서행하자 관제사가 "공군기 비행훈련이 예정돼 있으므로 신속히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조종사는 준법투쟁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관제소는 훈련을 위해 대기 중이던 전투기를 먼저 이륙시킨 뒤 대한항공기를 출발시켰다.

조종사들이 이처럼 실력행사에 나서자 대한항공 본사에는 승객들의 항의 전화가 폭주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조종사 노조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업무차 울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김포공항에 나온 이치가와(일본 무역회사 한국주재원)는 "일본에는 이런 식으로 승객을 볼모로 잡는 파업은 없다"며 "한국은 파업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직 직원이라는 아이디(ID) ulk666인 네티즌은 "조종사들은 같이 비행하는 기내 승무원보다 무려 7배나 높은 연봉을 받는 집단"이라며 "기내 승무원 등 현장 직원들이 강력히 반대해도 막무가내"라고 비난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7500만~1억7000만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8500만~1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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