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서 중기 제품 시험·평가·인증 끝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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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암석을 파쇄해 자동 분류하는 장치를 독자 기술로 개발한 A업체는 최근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애를 먹었다. 제품 구성 부품에 오류가 발생했는데 원인을 찾아내기 힘들었던 것. 회사 관계자는 “어렵게 개척한 해외 시장에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토목건설기계 분야 기자재를 수출하는 B사는 최근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고전하고 있다. 선진국 경쟁사 제품에 비해 무게가 40% 이상 무거워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것이다.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고가 장비를 들여와야 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고, 효과도 검증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건설기계 관련 부품 업체가 겪고 있는 고민들이다. 선도 업체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는 개발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고, 상품화를 해 놓고도 신뢰성 입증이나 결함 분석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숙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원장 이영수)은 2일 경북 경산에 있는 건설기계부품 특화단지 내에 조성되는 ‘차세대 융복합 설계지원센터’ 비전을 제시했다. 

 차세대 융복합 설계지원센터에는 슈퍼컴퓨터 27대와 3차원(3D) 레이저 형상 측정기, 구조·열 해석기 같은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SW) 등이 갖춰진다. 중소기업이 개발·판매하는 건설기계·부품에 대해 설계 지원·시험·평가·인증 등을 한 자리에서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센터는 무엇보다 세계 최초로 웹 기반으로 구동되는 게 특징이다. 생기원 신대영 연구실용화 그룹장은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어느 곳에서든 경산에서 운용되는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CAE)과 설계(CAD) SW를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이라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관련 신제품 제작 기간은 30%, 비용은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융복합 설계지원센터는 연면적 3305㎡ 부지에 294억원을 들여 2016년 초 완공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 중 80% 이상(240억원)이 장비 구축과 연구개발·SW 지원에 투입된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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