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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출시 권한 직원에게 … 기업가치 3조로 큰 밸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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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밸브 소프트웨어는 게임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다. 1996년 설립돼 98년 처음 출시한 하프라이프로 50여 개 단체로부터 ‘올해의 게임상’을 받았다. 게임개발만이 아니다. 밸브는 소매 판매점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팔던 방식을 대체하는 온라인 게임 유통망인 스팀을 구축했다. 스팀은 전체 PC기반 게임의 75%를 유통한다. 이 결과 기업가치 3조원, 연매출 7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은 300여명으로 애플이나 구글보다 1인당 수익은 더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밸브 경영방식의 핵심은 직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점이다. 직원은 상사의 업무 지시나 소속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참여할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일할 사람을 정한다. 프로젝트를 선택하면 바퀴 달린 책상을 끌고 이동해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업무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보고할 의무가 없으며,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제품을 출시할 권한도 직원 본인에게 있다.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 유기적이고 평면적인 조직구조인 셈이다. 밸브의 최고책임자인 게이브 뉴웰은 “가장 혁신적인 사람을 고용해 창의성을 발현하게 하려면 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둘째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밸브는 모든 일이 대화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원에게 어느 장소에서나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 혹은 문제점을 공유하도록 한다. 대화를 통해 각 개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밸브의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게 하도록 권장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업무지시가 없더라도 자신이 일할 개발프로젝트를 찾고, 기존의 팀은 새로운 인력을 보충한다. 셋째, 혁신적인 모험을 권장하고 실패를 용인한다. 따라서 실패를 한다고 해서 해고를 당하거나 질책을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외부 소통을 중시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고객의 e메일에 답변을 하는가 하면, 고객의 불만이나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또 자사 게임의 내용을 외부인이 변경할 수 있도록 편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밸브는 요즘 콘솔(게임기) 분야에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양분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밸브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경제연구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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