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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려는 의욕에 찬물 끼얹어서야…"|「입시교육」을 말하는 두 교교의 이사장·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진학지도교육이 과연 「전인교육」에 어긋나는 것인가. 서울시교위가 이른바 신흥명문교인 서라벌고교와 예일여고에 대해 입시위주의 교육을 했다고 관계자 징계조치를 요구하고 나서자 학교측은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애쓴 것이 징계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문책파문이 일고 있는 두 학교의 입장과 의견을 들어본다.

<서라벌고 이사장 사순선씨>국가인재 길러 보려 남보다 애써 열심히 가르친 선생들 볼 낯없어
교장·교감을 비롯, 12명의 교직원을 징계하라는 통보를 22일 시교위에서 받았다.
실망이 크다.
교육시키겠다는 의욕이 없어지는 것 같다.
국가의 인재를 기른다는 자부심으로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자극하고 독려하면서 오로지 보람을 느껴온 선생님들에게 벌을 주라니 날벼락이다. 26년 동안 한결같이 사회가 맡겨준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기르는데 전력했고 이제 결실을 얻기 시작하는 때 이같은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 이사회 소집을 통보, 논의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그동안 애쓴 선생님들을 중징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가.
당국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이상 징계는 해야겠지만 견책정도의 경징계가 마땅하다고 본다.
사립학교 법상으로 당국은 재단에 잘못을 저지른 교사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징계는 견책·감봉·파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분들이 무슨 사회 암적인 존재나 되는 듯한 태도가 교육계에 생긴다면 우려할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이 지적한 잘못은 사실에 대한 오해도 없지 않다. 모두가 지난해에 있었던 일일 뿐 아니라 폐기했다고 문제된 출석부·학급일지 등은 보존연한이 규정된 법정 장부도 아니다. 교무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부를 정리했을 뿐 전혀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국은 또 평준화 보완책으로 교과별·능력별 반 편성에 의한 이동식 수업을 권장하면서 운영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우열반으로 단정, 벌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도의 융통성은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의욕이 있는 교장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실제로 그런 학교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제시하면 그에 따르겠지만 세간에서 「사립 신흥명문고」란 평이 있자 당국이 열심히 노력하려는 싹을 자르는 것 같아 이번 조치는 충격적이다.

<예일여고 교장 김예환씨>지-덕-예 교육도 타교에 안 뒤져|앞서가는 학교 끌어내려야 하나
학교 안의 영역에서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물의를 빚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 항상 정상을 달리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 고교평준화가 실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상·중·하중 어느 수준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서 문제는 달라진다.
현재 시교위 등 당국이 이 기준점을 중간층에 잡고 앞서가는 정상의 학교에 대해 하향 조정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아픔으로 생각된다. 마치 우리학교가 영·수 학관처럼 수업을 하고 있다는 선입관과 부정의식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학교는 미션계 학교로서 마치 시집보내는 딸을 가꾸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관심, 도서실 등 교내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 또 종교인으로서 남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위해 도와주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번 시교위 감사에서 지적된 간부교사들에 대한 2중·3중 임금지급문제는 그동안 시교위 정기감사에서 여러번 지적되어 왔던 것으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처우문제가 당연히 해결되어야한다.
이 때문에 우리학교는 여교사들에 대해서는 종신고용제까지 실시하고 있고 일부 간부교사에 대해서는 임금지급도 월등히 높게 책정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학교의 면학방침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학교가 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스스로 공부하고 실력을 향상시키도록 돕고 있다. 우리 학교가 입시위주교육을 했다면 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전인교육에 필수요건인 지·덕·예를 다른 학교와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학력은 물론 채력장에서 특급률이 96%로 월등했고 청소년 탈선 사고 등이 아직 1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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