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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분쟁을 보는 세계의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차 대전이 끝난 45년 이래 37년 동안 전세계에는 대략 l백25회의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을 치른 영토단위로 보면 17개국에서 전과를 겪었고 전투원단위로 보면 82개국이 참가했다.
그러니까 2차 대전 후 핵무기가 마련한 공포의 균형 아래서 세계는 유례없이 장기간 평화를 누려왔다는 혹자의 주장은 주로 유럽대륙과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제1, 제2세계만을 「세계」로 본 근시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말한 전쟁은 주로 제3세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보면 지금 포클랜드섬 주위에 모여들고 있는 전운이 전쟁으로 악화될 경우 그것은 제3세계와 제1세계국가 사이의 전쟁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포클랜드 분쟁은 서로가 한정된 외교목표를 미리 제시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적 타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점, 실질적인 국가이익보다는 국가체면을 분쟁의 핵심으르 삼고 있는 점, 그리고 3주 동안의 오랜 시간을 두고 함대가 전선으로 파견되는, 현대감각으로는 상상키 어려운 슬로템포로 진행되고 있는 점 등으로 해서 이것을 「19세기 전쟁」이라고 부르는 신문도 있다.
함대파견을 반대하는 일부 영국언론인이 『이건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의 발각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19세기적 감각을 이번 분쟁이 너무 많이 풍기고 있는데서 연유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 포격이 시작되면 현대무기가 뿜어댈 살육의 잠재력은 그런 「낭만적」이미지를 무자비하게 깨뜨려 버릴 것이다.
그런 파괴 속에서 이 전쟁은 다른 잡다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19세기에 횡행했던 포함외교의 불쾌한 기억을 제3세계국가들에 유독 두드러지게 상기시킬지 모른다.
그러한 인상은 지금까지 중립적 위치를 지키고 왔던 제3세계국가들로 하여금 이 전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할 것이고 EEC국가들이 영국의 대아르헨티나 경제봉쇄에 가세한 지금으로서는 대수롭지 않은 행동도 제3세계의 도전을 응징함으로써 전례를 남기려는 제1세계의 야합이라는 생각이 제1세계의 그늘 속에서 억눌려온 제3세계국가들 사이에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장두성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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