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도약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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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일은 제15회 과학의 날. 어떻게 보면 지난 15년간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기초작업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기술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출발점에 서있는 셈이다. 정부도 금년부터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술진흥확대회의를 열어 기술드라이브 정책을 펴고있다. 우리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벽은 어떤 것인지 각 분야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4월21일은 「과학의 날」이다. 그런데 반세기 전에도 우리에게는 「과학의 날」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50년전의 「과학의 날」은 4월19일 「찰즈·다윈」의 기일을 기념하여 정했던 것이었고 그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거창한 행사도 벌어졌었다. 『과학의 생활화』『생활의 과학화』를 구호로 내세운 당시의 과학운동에는 민족지도자의 상당수가 가담하고 있었고, 이 운동의 민족운동적 성격을 감지한 일제에 의해 탄압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 「과학의 날」은 반세기전의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새로 정해진 것이다.
「과학의 날」이 4월19일에서 21일로 달라진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과학계는 아직 아무런 전통도 세우고 있지 못하며, 또 그럴만한 눈치도 없다는데에 있다. 우리는 너무 새것을 쫓아가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닐까? 날로 발달하는 선진외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잡자는 목표는 좋지만, 욕심만 낸다고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없는 것이 과학기술이 갖는 특성이다.
어차피 과학기술은 백년대계로 추진돼야할 분야이지 단기적인 정책이 중심일 수는 없다. 특정분야를 국가연구과제로 선정할 필요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보다 우수한 과학기술자의 양성과 연구의 활성화가 착실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에게 맞는 과학교육, 한국인에게 맞는 연구체제, 한국인에게 맞는 과학기술정책이 무엇인가를 정립하고, 수정을 가하는 자세가 있어야겠다.
과학기술이 패션쇼 일수는 없다. 과학기술이 우리문화의 어느 부문보다 더 외래문화인채 남아있는 원인은 아직 이렇다할 전통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과학기술도 조로 현상을 강요하는 혁신보다는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우리 전통의 확립에 눈을 돌릴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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