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0억 달러 '사이먼스 헤지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수학자가 주도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대규모 헤지펀드가 출범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4일 미국의 메달리언 헤지펀드가 조만간 르네상스펀드(RIEF)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전세계 헤지펀드가 관리하는 자산의 10%에 달한다. 이 펀드의 설계와 총책임을 맡은 사람은 제임스 사이먼스(66.사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월가에서는 이미 존경과 놀라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88년 헤지펀드 '메달리언'을 설립한 이래 그가 올린 연평균 수익률은 34%.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22%)를 비롯한 다른 어떤 헤지펀드도 올리지 못한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천재 투자자의 본업이 대학교수 출신의 수학자라는 사실이다.

사이먼스는 MIT와 하버드 교수 재직시 기하학 이론을 발전시켜 이론물리학에 기여한 탁월한 수학자이다. 베트남전쟁 동안은 군의 암호해독을 돕기도 했다. 종전 이후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세워 월가 출신의 전문가를 배제한 채 응용수학.양자역학.언어학 등의 전문가들을 고용해 이론적으로 자금운용 시스템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시장의 작고 변화무쌍한 현상들을 이용한 단타 매매 시스템을 개발했고, 그는 하루 수천 번의 매매를 성공시켰다. 이번에 출시하는 펀드 역시 60여 명의 수학.물리학 전문가들이 시장의 돌발변수를 최소화해서 개발한 투자 시스템을 이용할 계획이다. 투자대상도 위험도가 높은 신흥 시장에 치중하는 일반 헤지펀드와 달리 미국의 우량주들만 모아놓은 'S&P 500'종목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90년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주도한 롱텀캐피탈이 파산했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