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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바른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올해 73세인 김모씨(사업·서울 강서구 둔촌동)를 보는 사람들은 올려 잡아도 60세를 넘게 보지 않는다.
꼿꼿한 허리, 활달한 걸음걸이, 무엇을 보아도 아직 장년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어기적거리며 걷는 것을 보면 왜 저럴까 하고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바른 자세, 활기 있는 걸음 거리야말로 건강의 상징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가톨릭의대 문명상 교수(정형외과)는 『바른 자세란 에너지소모가 적어 피로를 덜 느끼고 보기에도 흉하지 않은 자세』라고 정의한다.
바른 자세가 강조되는 것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본래 네발로 걷던 인간이 두발로 서게 됨에 따라 몸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척추가 무리하게 변형되었기 때문. 이 과정에서 허리뼈가 무리하게 앞으로 나오게 되고 여기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허리뼈·관절·근육 등이 큰 부담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네발로 걸을 수야 없는 것인 만큼 선 상태에서 역학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게 되었다.
인체의 대들보 격인 척추는 33개의 토막뼈가 벽돌처럼 나란히 쌓여있는 형태다. 이 토막뼈들 사이에 척주관절이 있고 이 안에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물렁뼈인 추간원판이 들어있어 몸을 굽히거나 펼 때 쿠션의 작용을 해준다. 33토막의 척주는 7개의 목뼈, 12개의 등뼈, 5개의 허리뼈와 5개의 자리뼈(선골), 4개의 꼬리뼈로 구성된다. 이들 토막뼈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그 사이로 자율신경·운동신경·지각신경이 마치 전화선처럼 한 묶음으로 되어 통과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토막뼈의 쌓임새가 이상하게 휘어있으면 그 내부를 통과하는 자율신경의 흐름에 고장이 생길 뿐 아니라, 이의 지배를 받는 혈관과 내장의 움직임도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고대의대 오정희 교수(재활의학)는 『그릇된 자세는 요통·견통의 주요한 원인임은 물론, 신체전부의 노화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세는 크게 선 자세·앉는 자세·누운 자세로 나눈다.
선 자세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체중부하선과 선 자세가 일치하는 것. 이는 옆에서 볼 때 귀가 얼굴에 붙은 선과 목뼈의 앞부분, 골반의 중간이 일직선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배가 앞으로 나오지 않고 허리가 휘지 않게 무릎을 약간 구부리며, 몸무게는 굽히지 않은 다리에 주는 자세가 적당하다.
서서 걸을 때도 몸을 뒤로 젖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약간 숙이는 것이 허리뼈에 부담을 덜 주게된다.
선 자세에서 작업을 할 때도 교대로 한쪽 발을 약간 높은 곳에 올 놓는 것이 피로를 덜해준다.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현대인의 경우 앉는 자세는 특히 중요하다.
문 박사는 『앉는 자세에서는 디스크에 가장 큰 압력이 가해지게 되므로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른 자세를 갖도록 특히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힌 자세는 허리뼈를 받쳐주는 근육에 무리한 힘을 가해 줘 피로를 느낄 뿐 아니라 디스크에 압력을 가해 요통의 원인이 된다. 허리를 비틀어 앉는 자세도 요통은 물론, 만성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바른 자세는 앞으로 나와있는 허리뼈를 약간 평평히 해주는 것.
따라서 의자에 앉을 때는 깊숙이 앉아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고 체중을 지탱하는 면적을 넓혀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양 무릎은 약간 올라가는 편이 바람직하고, 한쪽 다리를 반대쪽 무릎 위에 걸치고 의자는 바싹 당겨서 앉는 자세가 피로를 덜하게 한다.
허리를 꼿꼿이 편다고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것은 허리에 무리한 부담을 주므로 피해야한다.
또 가끔 다리를 높은 곳에 올려 주는 것은 다리의 혈액순환을 돕고 허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누운 자세는 인체구조상 가장 편안한 자세다.
누운 자세에서도 다른 자세와 마찬가지로 허리뼈가 평평하게되는 상태가 가장 합리적이다.
탄력이 좋은 서양식 침대의 경우, 몸무게가 걸리는 둔부가 깊이 들어가게 되므로 허리는 배 쪽으로 더욱 구부러져 근육이 긴장되며 피로를 가중시킨다.
따라서 올바로 눕는 자세를 취하기 의해서는 방바닥에 얇은 요를 깔고, 특히 무릎에 요나 베개 등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등뼈와 허리뼈는 방바닥에 밀착되어 부담을 완화시킨다.
옆으로 누울 경우, 무릎을 충분히 굽히는 것이 바람직하며, 엎드려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은 목뼈, 허리뼈에 무리한 힘을 가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굽는 것은 대체로 체내의 칼슘이 급격히 소모되어 뼈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이라는 노화현상에 기인하지만 그릇된 자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물론 필요하지만, 특히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 박사는 『평소 바른 자세로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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