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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핵융합로 활용한 발전 첫 시도 … '카다라슈의 태양' 만들기 한발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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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폴로이달 자기장 #1(PF1)을 위한 길이 414m의 전도체 2개가 러시아에서 처음 성공적으로 제조됐다. [iter.org]

지난 10월 중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2014 핵융합 에너지 콘퍼런스’가 열렸다. 참석한 세계적인 핵융합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들은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참여국이 맡은 임무를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과학적ㆍ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러시아도 프로젝트 참여국들이 자신의 임무를 엄격히 이행하고 프랑스에 건설될 핵융합실험로의 장비 조달 기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 ITER 프로젝트에는 유럽연합(유럽원자력공동체가 대표)과 인도ㆍ중국ㆍ한국ㆍ러시아ㆍ미국ㆍ일본이 참여한다. ITER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수소의 동위체)의 핵이 결합하는 핵융합로를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얻으려는 첫 시도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작용을 지구에서 재현하는 것이 골자이며 성공하면 인류는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년 넘게 다양한 국제적 논의와 협상이 진행돼 왔으며 2006년 열핵융합실험로 건설에 관한 국제협정이 체결됐다. 건립지는 프랑스의 카다라슈로 정했다. 마르셸에서 50㎞ 떨어져 있으며 프랑스 원자력청 연구센터 근처다.

ITER 국제 프로젝트는 유럽연합국(프랑스 포함)이 총 지출의 45%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다른 6개 참가국이 동일하게 9.09%씩 분담한다. 자금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국제 협력을 통해 사전에 합의한 품목의 장비를 생산하고 조달하는 방식이다.

ITER 과학기술위원회장이자 D.V. 예프레모프 전기물리장치과학연구소 소장인 올레그 필라토프는 “예를 들면 한국은 러시아·유럽과 협력해서 진공 용기를 만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및 유럽연합국은 공동으로 블랭킷 구성품을 제작한다. 블랭킷은 고온의 플라스마와 상호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러시아 측 전문가들은 “한국과의 협력에 불만이 없다. 한국과 러시아는 기한 내 품질을 보장하며 공동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러시아가 기한과 품질을 보장하는 방식에 대해 D.V. 예프레모프 전기물리장치과학연구소 생산동의 실험실과 작업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참석자들은 전기적 물성 기관 연구소를 특별 기술 견학했다. 한국 측도 참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 개회 시점을 기준으로 공식 등록된 한국 전문가는 27명이다. 콘퍼런스에는 43개국에서 약 800명의 엔지니어가 참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이 콘퍼런스는 1961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25회째를 맞았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발의로 최근에는 평균 2년마다 개최되며 세계의 핵융합에너지 분야 연구자들이 모인다. 2010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발의로 콘퍼런스가 한국에서 처음 대전에서 열렸다. 알렉산드르 비치코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부총장은 “이번 콘퍼런스가 ITER 설비 기한과 관련한 문제나 프로젝트 실현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오사무 모토지마 ITER 사무총장은 “지난여름부터 설립지인 카다라슈에 주요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 콘퍼런스 참석자들을 기쁘게 했다. 앞서 총 무게가 40만t에 이르는 장비를 지탱하고 ITER 최후 안전막(외부 격벽) 기능을 할 B-2 콘크리트 판 설치가 원자로실 아래에서 마무리됐다.

오사무 모토지마 사무총장은 “프로젝트 주요 참여국인 러시아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로스아톰의 부사장 겸 혁신관리부장 뱌체슬라프 페르슈코프는 “앞으로도 임무를 잘 이행할 것”이라며 “ITER은 동시대의 최대 규모 국제 프로젝트이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핵융합에너지의 기술 플랫폼이 구축되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페르슈코프는 “러시아 연방정부와 ITER과 관련된 모든 조정을 위임받은 로스아톰이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지원하며 러시아 측이 기한을 지키며 임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아나톨리 크라실리니코프 ‘ITER-러시아’ 프로젝트 센터장의 발언문=“러시아는 ITER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25개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계획에서 약간 지체되고 있기는 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 진공 용기의 제작이 조금 지체되는 경우다. 심각하지는 않다. 지체되긴 해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는 일정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2020년 첫 플라스마를 형성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국 역시 현재 일정을 따라야 한다는 데 적극 찬성한다. 중국의 임무도 이행이 지체되고는 있지만 공동의 의지가 있다면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속도를 낸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인적ㆍ금전적 자원을 더 많이 지원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매우 적극적이다. 프로젝트 임무 이행이 가장 지체되는 곳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이다.”

알렉산드르 에멜랴넨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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