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씨 <서울지하철공사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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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하철건설은 큰 댐이나 고속도로를 만드는것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어서 어느정도의 사고는 예상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2, 3, 4호선등 1백여km의 구간을 한꺼번에 착공해 그것도 5년이라는 짧은기간안에 완공을 서둘러야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서울무악재 지하철공사장붕괴 사고이후 4일째 철야를 해가며 복구작업을 총지휘하고있는 대책본부장 김재명씨(51·서을지하철공사사장)는 지난해 육군소강의 군복을 벗었지만 지휘봉에 두툼한 점퍼차림은 여전히 야전사령관의 모습이다.
『항간에서는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느라 사고를 냈다고들하는 모양입니다만 공기(공기)는 기술진의 판단과 자금사정에 따라 결정돼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정책에 의한것만은 아닙니다.』
각 매스컴들이 사고원인을 안전수칙을 어긴탓도 있지만 경험부족에 의한 기술수준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김사장은 한마디로 부인했다.
『지하철공사에 필요한 여러가지 공법을 다 마스터한것은 아니고 실제로 외국의 최신공법은 이제 겨우 도입단계에 들어와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현장에서 사용한 오픈킷방식(개착식공법)은 우리나라만큼 경험이 있는 나라도 드뭅니다. 기술자문을 하기위해 우리나라에 왔던 오스트리아·스위스·일본등지의 기술진들도 높은 수준임을 인정해 우리기술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만 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른 공사구간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공기를 늦출생각은 없는지….
「그것은 일률적으로 말할수 없고 공사구간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사고는 3, 4호선 57km가운데 50m에 불과하고 48개공구(공구)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고지점 1개를 가지고 전체를 논할수는 없는 일이지요. 또 완공목표시기를 한두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늦출수도 없는것입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6·25와 월남전참전경험을 지닌 현역이었던만큼 그는 지하철공사도 실전(보전)으로 생각, 희생을 치르더라도 작전완수를 해내야한다는 군인정신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것같았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라 지하시설물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완벽하지 못합니다. 땅을 파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자꾸만 드러납니다.
사고지점은 지하철정류장예정지로 암반이 많은 난공사지역인데다 터널이 시작되는 입구이어서 공사에 각별한 신경을 쓴것으로 알고있읍니다.』
외국과는 비교도안되는 적은 돈과 짧은 기간에 공사를 하다보니 시민들에게 주는 불편도 많고 각종사고도 잦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는 김사장은 앞으로 남은 3, 4호선 공사에서는 외국의 최신기술인 나틈(NATM)을 도입,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악지대가 많은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이공법은 터널을 파고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점에서 철강재로 떠받치는 작업없이 지벽에 시멘트를 뿌려 굳게하는 방법. 그러나 김사장은 초기에 기술습득·장비를 갖추는데 상당한 돈이 드는것이 문제라고 했다.
『공기단축을 한다고 해서 날림·부실공사가 된다는것은 생각할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번사고에서는 경찰이 사고원인조사를 하겠지만 공사자체로도 철저한 분석을 하여 다음사고에 대비할 생각입니다. 같은일을 잘할수있는데도 소홀히하여 사고가 났다면 그런 사람들은 지하철공사에 더이상 손을 대지못하도록 하겠읍니다.』
다른 공사구간에서도 복공판과 도로의 높낮이가 다르고 차량·사람통행을 막는등 갖가지 피해가 속출하고있는데….
『그 사정을 알고있습니다. 복공판을 높인것은 통행차량의 안전을 위해 속도를 줄이도록 일부러 그렇게 만든것입니다.
빗물등이 잘 빠지도록 하는 효과도 있고….』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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