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언어오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스포츠열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올림픽유치, 프로야구의 탄생, 프로축구의 확대 움직임등과 더불어 스포츠가 국민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있다.
건전한 스포츠열이 국민의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건전한 정신을 기른다는 점에서 스포츠의 생활화는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보는 스포츠, 참가하는 스포츠가 국민의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널리 번지고 국위선양에도 이바지하도록 더욱 북돋워야할 것이다.
정부가 체육부를 신설하고 각종 스포츠의 진흥에 정책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도 스포츠열의 고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또 최근 TV를 비롯한 각보도매체들이 스포츠 보도폭을 크게 놀리고 스포츠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것은 국민생활 시간대의 변화에 따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번 평판을 받아야할 것은, 특히 TV등 보도매체들의 스포츠중계 내지는 해설이 과연 양의 확대와 함께 질적향상노력을 하고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도매체들의 잘못된 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새삼 말할것 없지만, 스포츠의 보도나 해설도 이에서 예의일수는 없다.
우리말과 글의 올바른 사용이 강조되고있는 터에 일부 스포츠중계나 해설에서 자주 빚어지고있는 터무니 없는 오류는 가벼이 넘길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수많은 시청자, 독자가 보고 읽고있는 것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언어의 오염」은 허용될수 없는 것이다. 한 마라톤경기의 중계에서 중계자가 「고오바이」(언덕)운운하는가 하면, 해설자가 「죠오시」(컨디션)가 어떻다는식의 어줍쟎은 일어를 남발하는 것을 실수로만 돌릴수가 있을 것인가.
요즘의 프로야구중계에서 해설자가 「더드고로」(삼루방면 땅볼)라고 국적도 알수없는 말을 전파매체를 통해 내뱉는것은 한심하다 못해 언어공해라는 느낌마저 주는 사례다.
이러한 언어의 오염은 비단 한두경기에 관한것이 아니라 축구·복싱·농구등 거의 전 스포츠종목에 걸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위에 경기내용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중계자를 비롯한 보도관계자의 스포츠지식은 전혀 나아진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중계나 해설을 무모하게 일삼고있기도 하다.
이는 국민의 스포츠열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보고 참여하는 스포츠를 오도한다는 부작용만 초래할뿐이다.
따라서 경기인뿐 아니라 그 경기를 소개하는 스포츠 보도관계자들도 끊임없이 담당 스포츠종목을 연구하고, 게임을 분석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리고 더한층 강조하고 싶은 것은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해설자들이 서투른 수식어를 억지로 꿰어맞추려하다가 조리가 닿지않는 말을 남발하는것도 삼가야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언어오염을 막기위해서는 일정한 연수기간을 두어 경기를 연구하고 이해하게 한다든가, 말을 제대로 할줄아는 해설자 양성코스를 둔다든가하는 대책을 찾아야한다.
앞으로 스포츠가 국민생활의 일부가 되어 누구나 즐기게될 것인데도 스포츠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과정만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체육진흥은 그만큼 장애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