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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동의 중국통신] 중국 바둑계 때 아닌 감투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중국 바둑계에 때 아닌 감투 싸움이 한창이다. 현재 감독조 조장, 국가대표 감독, 국가대표 코치 자리가 공석이어서 중국기원은 공개적으로 입후보 신청서를 받았다.

가장 치열한 곳은 예전의 총감독에 해당하는 감독조 조장 자리. 과거 12년간 녜웨이핑(衛平) 9단이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자리지만 지금은 권한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 직책을 놓고 지금 1990년대 중국 대표기사였던 류샤오광(劉小光) 9단과 마샤오춘(馬曉春) 9단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류샤오광은 오래전부터 행정 일을 맡아 왔고 현재도 중국기원 경훈부(競訓部) 주임을 맡고 있어 그가 신청서를 낸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개성이 몹시 강해 평소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일탈행동이 빈번했던 마샤오춘이란 인물이 왜 갑자기 이런 골치 아픈(?) 일을 자처하고 나섰느냐는 점이다.

마샤오춘은 과거의 라이벌 류샤오광이 신청서를 냈다는 말을 듣고 경쟁적으로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마샤오춘은 훼방꾼이라는 일각의 눈총에 대해 "중요한 때 내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크게는 중국기원을 위해 공헌하는 일이다"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6월 23일 벌어진 입후보 연설에서 류샤오광은 진지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마샤오춘은 즉석 연설로 "나는 직권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겠다. 만약 내가 일을 잘못한다고 생각하면 보수도 필요 없고 자동으로 해고하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또 "99% 내가 될 것이다"고 특유의 자신만만한 언사를 되풀이했다.

중국기원 측이 "총감독을 맡게 되면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조건을 밝히자 마 9단은 "집단 이익과 개인 이익이 충돌할 때 어찌해야 하는지는 어린아이도 안다"라는 말로 답했다.

당일 25명의 국가대표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중국기원 측은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투표 결과가 곧 당선은 아니며 최종 인선의 참고자료로 쓰겠다는 것이 중국기원 측 입장이다. 중국 바둑계는 마샤오춘의 절대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중국기원 당국이 강력한 독자행동을 해 온 마샤오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경동 <사이버오로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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