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00. 방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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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역과 계층에 따라 낱말이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한 국가 내에서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일이 생겼다. 이에 대응해 국민이 공통으로 쓸 말을 선정한 것이 표준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두루 쓰이는지가 표준어 선정에 큰 기준이 된다.

자주 사용하는 말에 '방불하다'가 있다. 한자로는 비슷할 방(彷), 비슷할 불(彿) 자를 쓴다. 따라서 '비슷하다'란 뜻이다. 비슷하다는 '-와(과) 비슷하다' 형식으로 쓴다. 그러나 '방불하다'는 똑같은 뜻임에도 대부분 '-에 방불하다' 또는 '-를(을) 방불케 하다' 꼴로 사용한다. 예컨대 "나들이 가는 차들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그곳은 중국의 적벽에 방불한 절경을 지니고 있다" 같은 경우다.

'도로는 주차장을 비슷하게 했다' '적벽에 비슷한 절경'이 어색하다면 '-을 방불케 하다' '-에 방불하다'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이때는 '-와(과) 방불하다'로 쓰는 것이 의미상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사전을 보면 '-에 방불하다' 형식의 예문들이 실려 있다. 이런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음을 인정한 결과다. 대중성과 정확한 표현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나가는 일이 이처럼 쉽지 않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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