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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혼란 '학교는 괴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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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S고교 1학년 金모(15)군은 학교에 다니고는 있지만 중학교 시절의 생활기록부 등 관련 서류가 전혀 없는 '무적(無籍)학생'이다.

金군이 졸업한 A중학교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운영되지 않는 바람에 전산망을 통해 와야 할 金군의 자료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金군과 같은 무적학생은 1학년 5백여명 중 12명. 학교 측은 이들의 중학교 성적.발달 상황.인적사항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K고 전모(42)교사는 최근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 학생에게 외부 장학금을 받게 하려다 속앓이를 했다. 외부재단에 제출할 3학년 기록부가 아직 작성돼 있지 않았던 것.

새학기 시작부터 NEIS운영이 중지된 탓이다. 전교사는 "지난해 기록부 사본에 줄을 긋고 '3학년'이라고 고쳐 냈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NEIS를 놓고 수개월째 대립하는 사이에 일선 학교는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교사의 93.9%가 NEIS에 접속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았으나 서울의 경우 인증비율은 72.1%에 불과하다.

◇혼란 백태=교사의 60%가 NEIS 사용을 거부한 서울 K고는 학생들의 출결을 70~80년대식 수기(手記)장부로 정리하고 있다. NEIS에 입력을 미루다 보니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교사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한 부장 교사는 "NEIS를 거부한 교사들도 갈수록 쌓이는 서류를 보다 못해 남의 ID를 빌려 입력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서울 S고는 출결사항.성적처리 등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은 구 시스템인 CS(Client Server)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봉급 등 행정직원의 업무는 NEIS로 한다. 이처럼 상당수 초.중.고교가 신.구 시스템을 병행함에 따라 교사들도 헷갈려 하고 있다.

◇NEIS 대란 오나=문제는 5월부터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NEIS와 CS 사이의 호환을 5월 1일부터 중단할 방침이다. 이때부터 CS로 작성되는 자료는 NEIS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NEIS 운영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 전입학 행정처리는 불가능해진다. 5월 초 시작되는 중간고사 성적 처리도 고민이다. 수기 방식으로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성적 입력.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할 경우 고3학생들은 6월 초부터 원서접수가 이뤄지는 대입 수시 1학기 지원에 지장을 받게 된다.

◇갈등은 여전=전교조는 4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NEIS를 놓고 교육부와 TV 공개토론을 벌이고,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교무.학사, 보건, 입학.전학 등 3개 영역을 NEIS에서 제외하자는 전교조 주장과 이들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교육부 주장을 놓고 여론을 묻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했다. 대화로 푼다고는 했으나 아직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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