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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중국에 위협 … 우호적인 한국, 도입 않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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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즈예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방어에는 쓸모가 없는 사드가 한국에 구축되면 중국에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지즈예(季志業·58)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은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되면 중국에 위협”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중국 최고의 국제안전문제 전문가인 그는 북핵 문제가 한국이 중국·소련과 수교할 당시 미국과 일본도 북한을 교차 승인한다는 묵계가 실현되지 않은 데 뿌리가 있다는 의외의 분석도 했다. 지난달 24일 박진(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전 국회 외통위원장과의 대담에서다.

 - 시진핑 주석의 외교는 과거와 뭐가 다른가.

 “두 글자, ‘우스(務實)’다. 실용적이고 내실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에는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2개의 100년 목표가 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중진국가)사회를,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현대(선진)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경제 건설에 주력했고 시 주석 시대에는 경제와 대중을 위한 외교에 주력한다. 수호해야 할 중국의 해외 이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과거 지도자와 다르게 거의 매월 외국을 방문하는 이유다.”

 - 중국이 미국과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인가.

 “현재 중·미 무역은 4000억 달러를 넘었고 중국의 대미 투자는 1000억 달러다. 또 중국은 2조 달러가 넘는 미국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관계가 나빠지면 서로 타격을 입기 때문에 둘은 한 배에 타고 있다. 미국의 제도 우위가 꼭 가치 우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30년 사회주의 개혁개방이라는 미국과 다른 가치로도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유일한 (제도와 가치) 기준이 돼선 안 되며 상호 존중이 필요한 이유다.”

 -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러의 신냉전, 중·러의 밀착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러 연합과 미·일 동맹의 대립구조로 악화되는 것 아닌가.

 “러시아는 유럽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서방 전체와 대립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과는 정치·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지 않아 정치적 대립은 있을 수 있다. 마지노선은 있는데 양국 모두 대국으로서 세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 극단적 대립은 피할 것이다. 일본도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이 좀 더 일본에 신경 쓰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물론 한·미의 지나친 밀착도 견제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러 대 미·일 대립구조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공격에 중국은 군사적 불개입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동 사태가 악화되면 시 주석이 제창한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이 쉽지 않을 텐데.

 “중동 지역 테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이 경제 발전을 해 국제사회와 하나가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크로드 경제권에 아랍 국가들이 참여해 경제발전을 이루면 테러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 한·중·일 3국이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 공동체를 만들 수는 없나.

 “내부에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없어 어렵다. 외부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동맹을 맺어 자주적 외교를 하기 어려운데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겠나.”

 - 중국과 북한 관계가 소원한데 양국 관계에 이상이 있는가. 북한이 추구하는 핵과 경제는 병진이 가능한가.

 “양국은 요즘도 많은 교류를 한다. 물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국제사회 권고를 듣길 바란다. 요즘 북한은 개발구를 많이 늘리는 등 농업과 공업, 기업 경영관리 등의 방면에서 새 정책을 내놓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상당한 성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꼭 핵개발을 하지 않아도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중국과 북한은 6자회담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한다. 훈련을 안 하면 한반도 안전을 누가 책임지나.

 “경제와 군사력을 보면 한국은 북한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자기보다 몇 배나 강한 한국을, 그것도 한·미 군사동맹이 있는데 북한이 도발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고립됐고 한국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커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중국과 소련이 한국과 수교할 때 미국과 일본도 북한과 수교한다는 암묵적 묵계가 있었다. 그때 교차승인이 이뤄졌더라면 오늘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 한국에 사드 가 구축되면 중국에 위협인가.

 “(중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분명히 ‘위협’이라고 했다. 사드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방어에는 쓸모가 없다. 미국의 전 세계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축 일환이다. 우리는 우호적인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지 않길 바란다.”

 -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완전하지 않은데 중국이 한국 안보를 담보할 수 있나.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안전을 논의하자는 거다.”

만난 사람 = 박진 전 국회 외통위원장
정리=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비행 최종 단계에 돌입한 적의 단거리·중거리·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미 육군의 미사일 요격 시스템. 사드는 러시아·북한 등이 보유한 스커드 계열의 전술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중국·러시아가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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