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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업계, 지붕 위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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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루프탑 마케팅’이 인기다. 서해안과 송도국제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홀리데이인인천송도호텔의 ‘터치스카이 루프탑 바’. [사진 각 호텔]

옥상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에는 추운 ‘옥탑방’의 이미지를 벗어나 노을과 야경을 즐기며 칵테일을 마시는 세련된 도시의 쉼터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을 장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옥상이란 이름도 같은 뜻의 영어 단어 ‘루프탑(rooftop)’으로 고쳐부르는 추세다. 고층건물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때문에 옥상 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 뉴욕에서 쓰는 용어를 가져온 것이다.

 루프탑 마케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여온 것은 서울신라호텔이다. 지난해 6개월 동안의 전면 리노베이션 때 새로 단장한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를 활용했다. 여름에 선탠 공간으로 썼던 수영장 옥상 부분을 가을에는 루프탑 라운지로 바꾼 것이다. 저녁 무렵에는 노을과 함께 가을 단풍으로 물든 남산과 서울N타워, 수영장 풍경을 다 즐길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루프탑 라운지 도입을 앞두고 신라호텔 임직원이 미국 뉴욕으로 벤치마킹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뉴욕은 화려한 도심 야경에만 의존하는 경향이었다”며 “신라호텔은 리조트 같은 도심 수영장과 남산의 자연 경관까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로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올 가을에는 31일까지 루프탑 라운지를 즐길 수 있는 ‘어번 선셋 패키지’를 판매한다.

 루프탑 문화가 발달한 미국 뉴욕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옥상에서 센트럴파크의 풍광을 즐기면서 쉴 수 있고, 건물 옥상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루프탑 필름 페스티벌’이 매년 열릴 정도다. 옥상에 텃밭을 일구는 ‘루프탑 농사’, 요가나 운동을 즐기는 ‘루프탑 스포츠’ 같은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작은 건물 옥상 곳곳에 술집을 차린 ‘루프탑 바’다.

야외수영장과 남산 조망이 어우러진 서울신라호텔의 ‘루프탑 라운지’(위쪽), 루프탑 수영장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미국 뉴욕의 갠즈보트파크애비뉴호텔. [사진 각 호텔]

 한국에서는 고층 호텔을 중심으로 루프탑 바가 생겨나고 있다. 이달 1일 머큐어앰배서더강남쏘도베호텔은 21층에 ‘루프탑 클라우드’라는 바를 열었다. 서울 역삼동에 있어 강남의 고층빌딩이 빚어내는 불빛을 즐길 수 있다. 홀리데이인인천송도호텔도 최상층인 20층에 ‘터치스카이 루프탑 바’를 열었다. 송도국제도시의 야경 뿐 아니라 서해안 전망도 한눈에 들어온다.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도 흥인지문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층 ‘더그리핀바’에 루프탑 테라스를 만들었다.

 켄싱턴제주호텔은 국내 최초로 옥상층에 바다와 수영장이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시야를 연출한 ‘스카이피니티’를 만들었다. 이런 루프탑 야외 수영장은 뉴욕에서도 인기다. 갠즈보트파크애비뉴호텔의 경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면서 수영을 하고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루프탑을 표방하는 곳은 호텔 밖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레스토랑이나 바다. 갤러리아명품관웨스트 5층에 있는 레스토랑 ‘루프탑 바이 테이스팅룸’은 탁 트인 테라스에서 압구정·청담 일대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생기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인 동대문에는 핀타워 12층의 루프탑 바 ‘더탑햇’이 인기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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