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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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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봄비 오는날, 귀라도 대어보고 싶다. 어디서 와삭와삭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같다. 요즘의 초목은 하루가 다르다. 이른 봄, 소문도 없이 어느날 성장을 하고 나타나는 꽃은 역시 백목련이다. 지금은 웬만한 집 마당에도 목련 한 그루쫌은 있다.
어딘지 결벽(결벽)해 보이고, 귀티마저 없지않은 목련이지만 생태는 여간 수수하지 않다.작은나무라도 이 무렵이면 잊지않고 몇송이 꽃을 선사한다.
목필, 옥수, 향린, 목난, 옥난 배향화, 거상화. 모두 목련의 애칭이다.목 련은 꽃모양이 연화와 비슷한데서 붙인 이름이다.
필경 어느 선비의 작명일 것같다. 꽃봉오리로 부풀기전의 꽃순은 꼭 붓끝처럼 생겼다. 「목필」그대로의 모습이다.
꽃 한송이, 한송이가 옥돌같다고 옥수, 꽃 조각마다 향기를 담고 있어 향린, 한겨울 서리를 견디어내서 거상화가 되었다. 목난이나 왕난도 동양적인 운치가 있다.
배향화는 꽃봉오리들이 모두 북녁을 바라보고 있다고 붙인 이름이다. 여기엔 중국의 설화가 있다. 옛날 하늘 나라에 예쁜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무슨 영문인지 북녘바다의 신을 사모했다.
어느날 공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북녘바다를 찾아갔다. 그러나 꿈은 현실이 아니었다. 북녘바다의 신은 벌써 부인이 있었다. 공주는 그만 바다에 몸을 던졌다.
후일 그 공주의 무덤에서 수목이 자라 백목련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연과는 걸맞지 않게 목련의 꽃말은「숭고한 정신」
서양사람들은 목련을 「매그놀리어」(Magnolia)라고 한다. 프랑스 식물학자「P·마뇰리아」 (1638∼1715)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미국에서「매그놀리어·스테이트」라면 미시시피주를 말한다. 주화가 바로 목련이다.
우리나라엔 백목련이 대부분이고 드문드문 자목련을 보고있지만, 서양에는 황목련도 있다.
백목련의 절경은 순천의 송광사를 빼놓을수 없다. 문일평의 『화하회필』에도 소개되어 있다. 성해응의 『동국명산기』를 보면 금강산 혈망봉의 목련도 절색인 모양이다. 문일평은『경성안에도 산정과 별장같은데는 간혹 심는 수가 많다』고 했다. 오늘의 서울사람들은 산정이나 별장에 사는셈 쳐야할 것같다.
정원수로는 목련만한 나무도 없다. 잎사귀가 큼직해 한여름의 더위를 가려주고, 그 빚깔마저 밝은브라운으로 지루하지않다. 게다가 벌레가 붙지않아 언제나 풍성한 모습이다. 흔히 산목련으로 불리는 목련은「신이」가 제이름이다. 꽃잎도 6개밖에 안된다. 꽃의 크기도 자잘한 편이다. 우리가 정원에서 보는 목련은 그 빚깔을 따라 백목련, 자목련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꽃잎도 9개나 되고, 훨씬 소담스럽다.
이제 시선의 노래, 한자락 없을수 없다.
-어느덧 목련의 첫물꽃이 떨어지네/우리도 이제 젊지는 않은이. (신이시화역이낙/ 황아여종비장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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