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어 일본마저|불황의 그림자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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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경우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은 작년말 정부가 발표한 성장추계치에서 드러났다.
일본정부는 당초 81년 경제성장률을 5·3%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연말실적 추계치는4·1%로 크게 뒷걸음질했다.
그런데 지난 3월12일 경제기획청이 분석한 작년4·4분기의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 0·9%로 75년 l·4분기 이래 7년만에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작년1년간의 성장률도 3· 5%정도로 재조정돼야 한다는 얘기다.
새해 들어서도 일본경제가 호전되리라는 조짐은 없다.
「고오모또」 (하본민부) 경제기획청장관은 3월18일 일상공회의소에서『불황에 대처하기위해 정부는 주요정부공사를 상반기에 집중발주할 계획이다. 이것이 바로 효력을 나타내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고 어두운 전망을 피력했다.
도산업체는 1월에 9백80건 정도로 작년12월의 1천4백70건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이는 매년연초마다 나타나는 특수현상이고 2월에는 l천57건으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82년도 성장율을 작년도 목표치와 비숫한 5·2%로 잡고 특히 미·구주제국과의 무역마찰을 감안, 국내수요에 의한 성장포션을 4·l%로 기대하고 있으나 올해 이정도의 성장을 이룩할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수증가를 뒷받침할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은 80,81년 2년간 계속 감소추세를 보여 내수증대에 의한 성장기대에 제동을 걸고있다.
미국의 사정도 어둡다. 미국의 실질성장률은 80년의 마이너스 0·2%에서 81년에는 l·9%로 호전된것이 사실이지만 작년4·4분기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4·8%(연율)로 급낙세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1월의 경기선행지표는 전월비 0·6% 마이너스로 작년 4·4분기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한 경기예측 기관인 헤라로버사가 최근 1천30명의 중소업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에 따르면 49%가 연내회복에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작년의 기업도산건수는 l만7천43건으로 61년의 l만7천75건에 이어 전후2번째를 기록했는데 새해들어서도 더욱 도산이 늘어 첫 7주동안 3천65개 기업이 쓰러짐으로써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50%의 증가율을 보였다.
2월말에 8·8%선에 도달한 실업률이 10%선을 끊을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이같은 만신창이 속에서도 「레이건」 행정부는 올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된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경제계 일부에서는 지금의 불황이 30년대와 비숫한 「대불황」 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고하고, 특히 국제적인 무역마찰과 보호주의적 경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현재의 장기적 불황이 두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적인 구매력의 편재와 상품의 대량생산체제의 확보로 야기된 구조적인 것인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한 불황탈출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
바깥 바람에 따라 실내온도가 변하는 허약체질의 우리 경제도 보다 신중한 자세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때가 온것 같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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