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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의료계까지 막말이 난무하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얼마전 갑상선암센터 간호사가 갑상선암 환우회 회원 한분이 올린 글 내용을 필자에게 말하며 "세상에 의사가 이럴 수가 있나요?" 하며 황당해 한다.

사연인즉 이렇다.

필자에게 갑상선 수술 받았던 회원 한분이 신랑의 간 문제 때문에 모모과 개원의원에게 진찰을 받으려 갔다가 우연히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자 아주 듣기 거북한 말을 듣고 그때 어처구니 없었던 기분을 피력해 놓았단다.

그 모모과 의사의 말을 들어 보자.

"왜 미련한 짓을 했느냐? 본인은 절대로 본인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 갑상선검사는 죽을 때까지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 라고 했단다.

그리고 다음에 찾아갔을 때는 "갑상선수술 환자는 환자가 아니다"라고 덧 붙이더라는 것이다.

자, 이게 제대로 교육 받은 의사라는 사람이 환자에게 할 소리인가?

환자는 암 수술을 받고 이제 겨우 회복한 단계에 있는데 상대의 기분을 무시하고 자기 기분대로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

환자가 되어 보면 위로와 희망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고 싶은 것이지 이런 막말 수준의 말로 무시를 당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제대로 된 의사라면 수술받은 것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되는 것이 아닐까?

"수술받으신다고 고생했습니다. 회복 잘하시고 건강하기 바랍니다" 라고 하면 환자는 얼마나 고마워 할 것인가?

모모과라면 갑상선암 수술에 대하여 깊이 공부한 일은 없을 터이고 기껏해야 학생실습 때 어깨너머로 본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최근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기관과 갑상선암을 경험하지도 못한 일부 비갑상선전문 의사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휩쓸려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환자를 수술한 갑상선외과의사가 있는데 그 전문의사의 지식과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있는가?

얼마나 이 분야에 깊이 들어와서 연구하고 경험했길래 이렇게 오만한 막말수준의 말을 날릴 수가 있는가?

필자는 아무리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자기가 전공하고 있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함부로 자기의견을 환자에게 말하는 것은 삼가해야 된다고 믿고 있다.

의학이라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자기가 알고 있는 낡은 지식을 환자에게 전하여 혹시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잘 못된 방향으로 오도하여 어쩌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젊었을 때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등 외과의 모든 수술을 했지만 갑상선암을 전문분야로 파고 든 이후에는 갑상선이외의 분야는 그 지식 수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수준에 있는 사람이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등 타전문분야에 대하여서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알더라도 극히 피상적인 상식 수준 밖에 안되니까 말이지.

한의학에 대하여서는 그야말로 맹탕 수준으로 그냥 일반인 수준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들은 필자가 교수이고 의학박사라니까 이것 저것 자문을 많이 구한다.

"한약 먹으면 안되나? 보약은 어떤 것이 좋으냐? 허리가 아픈데? 어깨가 아픈데 오십견인가? 손이 떨리는데? 소화가 안되는데? 유방이 아픈데? 기침을 많이 하는데? " 등등 필자의 전문분야와 관계 없는 수많은 의하적 조언을 구하는 기라.

그렇다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 어떻게 조언을 해준단 말인가.

하기야 전혀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섯불리 조언 했다가 잘못된 결과라도 초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싶어 말을 지극히 아끼면서

해당전문 분야를 소개 시키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요즘 개원00과(물론 갑상선전문이 아닌)에 환자들이 다른 문제로 진찰을 받으려 가면 갑상선수술을 받은 일이 있다하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갑상선검사를 하고. 검사결과에 대해서는 올바른 해석을 못하고 수치가 이상하니 수술한 의사를 빨리 찾아가보라고 조언한단다.

어떤 의사는 갑상선암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이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을 한단다.

그리고는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도 없이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도 없다"고 함부로 말을 한단다.

심지어는 일부 한의사까지도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단다. 무엇에 근거한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잘 모르면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환자 입장에서는 흰까운 입은 의사가 말하는 것이니까 엄청 햇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 의사 말 다르고 저 의사 말 다르고........

마치 중국의 백가쟁명 시대 처럼 입달린 의사들은 다 한마디씩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또 갑상선암 진단받았다하면 의사는 두째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의사 빰치는 소리로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남의 병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놓아라 배놓아라 별의 별 오지랖 넓은 소리를 늘어 놓는 것이다.

왜 훗날 결과에 대하여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는 의사나 일반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할까?

말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막말수준의 말을 하고 있으니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저질사회가 되었을까?

정치권에서 막말 쏟아내기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일반인은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까지 막말이 난무하고 있으니

우리의 생명값도 이제는 X 값으로 전락하게될 날이 멀지 않겠구나 싶다. 서로간의 신뢰는 깨지고.......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 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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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교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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