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유물 1300점 설명하는 낙으로 살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이웃 일본의 경우 구석기시대의 역사가 한국보다 짧지만 관련 연구는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적지가 훨씬 많은 우리나라에서 관련 연구 및 유물 보존에 대한 관심이 뒤떨어지는 게 아쉬워 박물관을 세우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경기도 전곡읍 은대리에 민간 선사(先史) 박물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 최무장(65.고고학) 박사. 올 2월 건국대에서 정년퇴임한 그는 이 박물관에서 선사시대 유물 1000여 점과 삼국시대 이후 역사시대 유물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최 박사는 1996년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서 국내 최고(最古)의 전기 구석기시대 유적지를 발견한 인물이다. 이 유적지는 연원이 50만~3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국대 박물관장이었던 그는 이곳 농경지에서 찍개.긁개.찌르개 등 전기구석기 유물 130여 점을 발굴했다.

그는 "박물관 개원과 함께 거처를 서울에서 연구 현장인 이곳으로 아예 옮겼다"며 "박물관에서 방문객들을 일일이 안내하며 유물을 소개하고 한탄강과 임진강 일대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유물을 수집하거나 연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일주일에 세 차례(금 ~ 일 오전 10시~오후 4시) 일반에 무료 개방하고 있다.

지금은 최 박사 혼자서 박물관을 맡고 있지만 머지않아 작은 딸이 일을 제대로 배운 뒤 합류해 그를 도울 거라고 한다. 최 박사의 딸은 고려대에서 고고미술사를 공부하고 현재 서울시립박물관의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천선사박물관'으로 이름지은 이 박물관은 1200여 평의 부지에 260평 규모의 전시장 두 곳과 야외전시관(500평), 도서관(100평) 등을 갖추고 있다. 구석기 유물로는 희귀한 애슐리언형 주먹도끼를 비롯해 외날찍개.양날찍개.긁개.새김돌.몸돌 등 다양한 석제 생활도구(타제 석기)들이 전시돼 있다. 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의 마제 석기.빗살무늬 토기편.창끝.석검.화살촉.어망추.철제 외날칼 등도 있다.

최 박사는 "한탄강.임진강 일대에는 선사시대는 물론 역사시대의 유적지와 유물이 산재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일대가 지역 개발이란 명분하에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연천=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