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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독일 공학계 거장 바르네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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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창조적인 발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연구원도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을 해야 기술적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연구소도 성장합니다."

독일 과학계의 거목 한스 위르겐 바르네케(69.전 프라운호퍼연구단체 총재.사진)교수는 과학자들이 훌륭한 업적을 내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 내 제자들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바르네케 교수는 자동화와 로봇의 대가로, 프라운호퍼 생산기술.자동화기술연구소를 단일 분야 연구소로는 세계 최고로 키운 사람으로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당신은 과학자와 교수로서, 연구소 경영자로서 크게 성공한 사람으로 꼽힌다.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프라운호퍼 생산기술.자동화연구소(IPA) 소장으로 부임했던 1971년에는 연구원이 20명이었고 연간 예산도 50만 유로에 불과했다. 93년 연구소를 후임에게 물려줄 때는 1천여명의 연구원에 연간 예산이 4천5백만 유로로 성장했다. 프라운호퍼연구단체 총재로 10년간 재직하는 동안 총 48개 산하 연구소의 전체 예산 규모가 두배로 늘어나기도 했다."

-경영 철학은.

"두가지다. 좁은 길로 스스로를 몰지 말고 평탄한 길만을 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수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빨리 해결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연구원은 경험을 쌓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모험을 하려는 동기를 갖는다."

-92년 독일 자동차 메이커 등 산업에 프랙탈(fractal)이론을 도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프랙탈 개념은 60년 수학자인 만델브로트가 처음 사용했다. 수학적인 개념으로는 '스스로 닮은' 구조를 일컫는다. 그런 구조는 스스로 조직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상적인 경우 기업 조직원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서 전체 기업을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 개인들의 능력이 결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계에서는 그 개념의 도입이 세계 경쟁에서 독일이 이길 수 있는 해법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우수한 능력과 독창성을 가진 연구개발 업무에서는 바로 이러한 이론이 매우 잘 적용될 수 있다."

-10년간 재직했던 프라운호퍼 연구단체의 총재를 지난해 말 내놨다. 무엇을 하고 있나.

"슈투트가르트대 평생교수로 일하고 있다. 선박 제조와 선박 추진력에 관한 책을 쓰고 있기도 하다. 휴가 때마다 요트를 즐기는 취미가 그 같은 책을 쓰게 했다."

-공학 외에 철학과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자신의 전문 분야 능력 외에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다른 능력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공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고 이해 조정을 하는 일도 공학을 살리기 위해 중요하다."

-한국에도 이공계 정부 출연 연구소가 많다. 이들을 더 발전시킬 방안이 있다면.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마찬가지로 연구소도 전문 분야가 명확해야 한다. 어느 분야에 강점이 있고 왜 있어야 하는지 등이다. 연구소가 더 이상 고품질의 연구 업적을 내지 못할 때는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용기도 가져야만 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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