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게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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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연금학회·안전행정부의 안을 뼈대로 하고 일부 조항을 얹었다. 연금학회 안에다 정부가, 정부 안에다 새누리당이 약간씩 강도를 높였다. 기본 틀은 이렇다. 보험료는 정부 안대로 현행 7%를 2016년 8%로 높이고, 2018년까지 10%로 올린다. 노후연금 지급률은 공직생활 기간 소득 평균액의 1.9%에서 2026년 1.25%까지 낮춘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평가할 만하다. 두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국민연금처럼 본인의 소득에다 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을 합쳐서 연금을 산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 447만원)을 넘으면 연금이 줄고, 못 미치면 늘어난다. 또 기존 수령자의 연금을 3% 일괄 삭감하지 않고 연금액에 따라 2~4%로 차등화한다. 공무원이라고 해도 다 같지 않다. 9급 출신과 5급 출신은 소득·연금이 다르다. 공무원을 계층별로 쪼개서 하후상박(下厚上薄)의 틀을 만든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안에는 고민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2080년까지 정부 안보다 100조원을 더 절감한다고 자평하지만 매년 1조5400억원밖에 줄지 않는다. 여전히 834조원(퇴직금 포함 시 1680조원)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 충당부채 484조원이 별로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개혁안의 한계는 2006년 이전 공직생활을 시작한 현직 공무원에게 별로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10년, 20년 공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지급률을 낮춰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서는 연금지급률을 10년에 걸쳐 낮출 게 아니라 당장 낮추고, 유족연금 지급률을 60%(국민연금은 40~60%)에서 더 내려야 한다.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을 전체 평균소득의 1.5배로만 낮출 게 아니라, 1.3배까지 낮춰야 한다. 그래야 하후상박의 효과가 커진다.

 연금수령 시작 연령도 더 앞당겨야 한다. 올해 퇴직한 공무원은 56세에 받는다. 국민연금(61세)보다 5년 빠르다. 56세에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30% 삭감해야 한다. 새누리당 안대로 하면 공무원연금 수령 시작 연령이 2023년이 돼야 61세가 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 이미 61세로 늦췄다. 40년까지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는 것도 당장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TF 팀장 이한구 의원은 27일 브리핑에서 “별별 수단을 다 강구해도 367조원밖에 절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별별 수단을 강구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세금으로 보전해야 할 돈 834조원이 남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관전평만 할 게 아니라 경기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안마저 하향 평준화라고 비난하고 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생각한다면 향후 10년간 53조원의 혈세를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쏟아붓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