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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환경스페셜', 29일 설악산 산양의 생태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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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천연기념물 제 217호.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 보호서에 올라 있고, 전 세계적으로 단 5종 만이 분포하고 있는 동물. 바로 산양이다. 그러나 산양이 설악산에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설악산에서 산양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967년 설악산 학술 보고서엔 산양을 해마다 수백 마리씩 잡았다는 기록도 나온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냥으로 현재 설악산 산양은 100여 마리, 그것도 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BS '환경스페셜'이 29일 밤 10시 '산양, 부활을 꿈꾸다'(사진)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 산양의 생태를 조명한다. 산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물론 멸종을 막기 위한 대안도 모색한다.

설악산 산양을 만나기 위해 제작진은 산양 전문가 박그림씨를 찾았다. 그는 설악산 산양의 유일한 대변인이다. 배설물만 봐도 산양들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일년의 절반 이상을 산에서 보낸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산양이 머물렀던 바위 밑에서 침낭 하나에 의지한 채 잠을 청한다. 스스로 산양이 돼 산양이 처한 현실을 온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는 수년간 홀로 추적한 산양의 흔적을 토대로 최근 설악산 산양의 분포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산양은 극히 예민한 동물이다. 200m 밖에서도 낙엽 밟는 소리를 듣고 도망갈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자랑한다. 자연히 산양의 모습을 잡는 일은 쉽지 않다. 잠깐 형체를 드러내는가 싶다가도, 절벽을 거침없이 뛰어 넘어 반대편 계곡으로 숨어 버린다. 제작진은 3개월간 박그림씨와 동고동락하며 설악산 산양의 생생한 활동상을 화면에 담았다.

대개 야생동물이 자연 상태에서 번식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숫자는 100여 마리라고 한다. 설악산에 살고 있는 100여 마리의 산양은 지금 생존 마지노선에 놓여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제작진은 "반달곰 복원 작업을 통해 한번 멸종된 종의 복원이 얼마나 어려우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산양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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