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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타이완' 바람 북상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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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대만 증권시장이 외국인들의 기록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달아오르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대만에서만 무려 9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바이 타이완'열풍이 국내의 외국인 매매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만 증시가 국내와 차별화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반기 정보기술(IT)업계의 회복을 기대한 '사자'행진으로 국내에도 시차를 두고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록적인 '바이 타이완'=외국인들은 올해 대만 주식 순매수액 9조7000억원 중 80%가 넘는 7조9000억원을 4월25일 이후 2개월 동안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이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800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만 증시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가권 지수는 23일 장중 한 때 6401.81을 기록하면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에는 소폭 내렸지만 지난주 내내 3월에 기록했던 직전 고점(종가 기준) 6259.69를 넘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대만 시장에서 주로 대형 정보기술(IT) 종목을 사들이고 소재.해운주는 정리하는 매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매매 행태는 국내와 비교된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23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28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 국내 수급에도 긍정 영향=삼성증권은 24일 외국인의 대만 증시 매수 이유를 3가지로 들었다. 외국인들의 해외투자 지표 역할을 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내 대만 증시 반영 비율 확대의 영향이 남아 있다는 게 첫째 이유다. 많은 펀드가 대만 주식을 더 편입해 조정을 마쳤지만 미처 편입을 마치지 못한 펀드들이 추가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외국인이 하반기 정보기술(IT) 업종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이는 것은 대만의 IT기업들"이라며 "이는 향후 한국 IT업종에 대한 매수도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셋째로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 시각이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사 오현석 연구위원은 "MSCI지수내 대만 증시 반영 비율 확대로 인한 외국인 매수 추정 금액은 4조7000억원 정도인데 훨씬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며 "대만의 수출.내수와 경기 회복 속도가 국내와 비슷하므로 대만 시장에 대한 차별화라기보다 아시아 시장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본다"고 말했다.

대만 IT기업들은 부품업체가 많다. 따라서 다국적 완성제품 업체들이 투자나 생산을 늘릴 때 미리 움직이므로 '국제 IT경기의 선행지수'역할을 해왔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제 투자자들이 하반기 전세계 IT 경기의 회복에 돈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내에서도 2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정리될 때 쯤에는 외국인들의 IT종목 매수세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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