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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실|정상은<중앙전산원 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가 의식하든 안 하든 컴퓨터는 이미 우리생활에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를 다루는 학문이 필수과목으로 돼있고, 많은 직장들이 중견간부이상, 또는 전 사원의 집단적인 컴퓨터교육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사이 컴퓨터가 활용되는 분야에 관해서는 많은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한 실무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이번 연재는 우리 주변에 늘어나기 시작한 컴퓨터를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현대를 「컴퓨터시대」라고들 한다.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해주는 인공두뇌 컴퓨터는 마치 만능의 기계로 착각될 만큼 사회각분야에서 활용되고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 묻혀 사는 인간들이 이를 좀더 쉽게 관리하고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컴퓨터라면 그 기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것이다.
1946년 탄생된 세계최초의 컴퓨터는 1만8천8백 개나 되는 진공관과 1천5백 개의 릴레이를 사용한 집채만한 괴물 같은 기계였고, 초대형선풍기를 틀었지만 진공관의 과열로 화재소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1초에 곱셈을 3백60개나 해 내는가하면, 탁상계산기로는 20시간이나 걸리던 계산을 단10초만에 해치우는 능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그 계산속도에 놀란 어떤 과학자는『이런 기계 3대만 있으면 세상에 계산할 것이 없어지겠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도 남겼다.
최근에는 1초에 10억 단위 숫자를 수천만개나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고, 그것도 속도가 느리다고 수십억개의 계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연구하고있다.
여기서 컴퓨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 컴퓨터의 실체를 알아보자.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라고 부르는 까닭으로 고급 계산기정도로 아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만큼 컴퓨터의 본질과 기능을 오해케 하고, 나아가 컴퓨터의 올바른 이용을 방해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컴퓨터도 기본적으로는 계산을 하기 위한 시스팀이기는하나, 비록 계산을 한다 해도 사람이 몇 년씩 걸리는 일을 단 몇 분, 또는 몇 초에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있다.
원주율인 π값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은 아직 완전한 원의 넓이를 계산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π가 3·1415927…로 표시되는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많은 π의 소수점이하 자릿수를 알아내어 좀더 완전한 원의 정체를 밝히고자 헌신한 수학자들도 많았다.
덴마크의「루돌루프」란 사람은 일생을 희생하여 π값을 소수점이하 37자리까지 계산해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π값 계산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을 새운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상크스」다. 그는 1812년에 태어나 70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π계산에만 전념한 끝에, 무려 소수점이하 7백7자리까지 계산해냄으로써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도전할 수도, 깰 수도 없는 대기록을 수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초의 컴퓨터 에니아크(ENIAC)도 불과 1초만에 소수점이하 7백 자리까지 계산해냈으며, 그것도「상크스」가 계산한 것 중 5백28자리 이하는 모두 틀려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재 우주선의 궤도계산에서는 π값을 소수점이하 수백만 자리까지 계산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사람과 컴퓨터와의 계산시합이라면 이런 정도의 게임이므로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같이 컴퓨터의 빠른 계산능력이 컴퓨터만이 가진 특별한 기능이며, 컴퓨터가 최초로 만들어질 때는 좀더 빨리 계산을 수행하고자 주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눈부신 기술의 진보로 오늘날의 컴퓨터는 계산뿐만 아니라 기업의 일상업무는 물론 관리업무를 넘어 경영업무까지 담당하는가하면 심지어 장기를 두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노래도 부르는 인공두뇌로 변모해왔다.
컴퓨터와 단순한 계산기와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보다도 컴퓨터는 기계스스로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 부여되고 있어 프로그램만 작성해 주면 사람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훌륭히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컴퓨터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빠짐없이 기억하여 이들을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계산하고, 처리하는 자동적이며, 초고속 적인 정보판단처리기계인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는 다른 기계와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EDPS(Electronic Data Processing System)라 부르고 있다. 주어진 데이터가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지시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기억력과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정확하고 값싸게 인간을 대신해 일을 처리해주는 자동·고속·데이터 처리장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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