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게 듀폰의 안전철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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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호 06면

임정택(60·사진) 듀폰코리아 사장은 “듀폰 안전철학의 핵심은 상호의존(interdepen dence)에 있다”며 “내가 한 행동이 남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소한 안전 위협요소라 해도 무심코 지나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희대를 졸업한 뒤 1989년부터 듀폰코리아에서 일해 온 임 사장은 “입사 이후 듀폰 글로벌 차원에서 끊임없이 강조해 온 것은 어떤 생산활동보다 직원과 현장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정택 듀폰코리아 사장

 -안전사고의 96%가 불안전한 행동에서 기인한다는 듀폰의 분석이 인상 깊다.
 “행동(behavior)과 태도(attitude)다. 불안전한 장비, 환경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인간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다. 안전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인간이다. 안전이 문화가, 철학이 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에 대한 리더십과 구성원의 안전의식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돼선 안 된다는 의미인가.
 “예를 들어 듀폰코리아 울산공장에선 ‘스톱 프로그램’이 생활화돼 있다. 안전 위협요소가 발견되면 즉시 가동을 멈추고 원인을 규명할 때까지 재가동하지 않는다. 직원과 경영진 모두 안전 위협요소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안전리더십이란 어떤 건가.
 “솔선수범이다. 경영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이라는 게 듀폰 경영진의 원칙이다.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 상태는 어떤지, 계단을 오를 때 나부터 손잡이를 잡는지 스스로 돌아본다. 신독(愼獨·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음)이란 말이 있지 않나.”

 -올해 유독 안전사고가 많았다. 듀폰 경영진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나뿐 아니라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듀폰코리아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사항을 의도적으로,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바로 퇴사시킨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조차 안전띠를 매지 않던 30년 전에도 듀폰코리아 직원들은 뒷좌석까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차량을 운행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원칙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비상(非常)한 눈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의 안전까지 생각하면 된다. (사무실 공조장치를 가리키며) 흔히 사무실에서 이 위에 화분을 놓는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 사무실에서 화분은 모두 바닥에 놓여 있다.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면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편집증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피라미드 법칙이란 게 있다. 위험한 행동 30만 건이 1명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30만 건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계단 손잡이를 하루에 10번씩만 잡지 않고 다니면 1년에 3000건이 넘는다. 100명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30만 건이 된다. 위험한 행동을 줄여나가는 건 시간이 걸린다. 정부와 기업,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몸에 배면 오히려 위험한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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