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호준의 세컨드샷] 한국계 나상욱과 위성미, 재미교포 케빈 나와 미셸 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8호 23면

프로 골프 선수 중엔 유난히 해외 교포가 많다. 외국에 이민 간 사람들도 역시 한국인인지라 골프를 좋아하고 자식들에게 골프를 많이 시킨다. 자식 골프 시키러 외국으로 나간 사람도 많다.

 그중 케빈 나는 “내가 성적이 좋을 때는 ‘한국계 나상욱’이 되고,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재미교포 케빈 나’가 되는 게 현실이었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가 그 정도로 기회주의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선수 이름은 성적보다는 한국과의 친밀도에 따라 바뀌는 듯하다. 케빈 나는 데뷔 초 한국과 친근했다.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강했고 한국 대회도 자주 나왔다. 팬들이나 미디어는 그를 우리라고 본 듯하다. 그는 이후 서서히 케빈 나라고 불렸는데 성적이 나쁘거나 슬로플레이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져서라기보다는 한국 대회 참가가 뜸해지면서 우리와 거리가 먼 선수가 되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 그는 최근 파혼 사건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됐는데 대부분 미디어는 그를 ‘나상욱’이라고 썼다. 그래야 더 가까워 보이고 뉴스 집중도가 높을 거라고 미디어들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

 미셸 위도 마찬가지다. 미셸 위를 과거 위성미라고 표현하던 매체가 많았다. 요즘 대세는 미셸 위인데 이름이 바뀐 건 그의 성적 때문이 아니라 한국 방문 횟수와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에요”라는 그의 발언이 줄어서 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이 끌어안고 함께 나아가야 할 교포 선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할 여지는 있다. 한국인들과 미디어는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한국계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과도할 정도로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넣으려 한다. 그러다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좋은 것만 갖고 싶은 마음은 한국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외교포들도 이중 잣대가 있다. 교포 프로 골퍼들은 한국 선수와 똑같이 한국 기업을 스폰서로 얻기를 원하지만 병역 문제 등 민감한 일들이 걸려 있을 때 “나도 똑같은 한국인 취급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포 선수들 대부분 한국 이름, 외국 이름이 하나씩 있다. 그중 뭘 써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나마 찾는다면 여권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사람이 여권에 한국식 이름을 쓸 것이다.

 이 정도로 해결될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 있는 개개인의 사정은 다 다르고 여러 예외와 특수 상황 등이 있다.

 결론은 본인의 의사가 아닌가 싶다. 그가 나상욱이라고 불리고 싶다면 그렇게 불러 달라고 얘기하면 팬들이나 미디어는 이에 따를 거다. 대신 그만큼 자주 한국 대회에 나오고 팬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름만 불러준다고 그냥 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이름만 부르라고 하지 않았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되어 있다. 교포 선수들이 한국과 더 가까워지기를 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