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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의 명작 속 사회학] <45> 찰리와 초콜릿 공장-1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홍주연

나날이 추워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이제는 뜨거운 초콜릿 음료가 더 좋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초콜릿 강이 흐르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번 이야기는 로알드 달이 지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신비에 싸인 거대한 초콜릿 공장이 있다. 공장 주인인 윌리 웡카는 초콜릿 포장 속 황금빛 초대장을 찾은 다섯 어린이에게 공장 내부를 공개하기로 한다. 가난한 찰리, 먹보 아우구스투스 굴룹, 버릇없는 갑부 딸 버루카 솔트, 껌 좀 씹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티비 중독 마이크 티비. 이들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을 즐겁게 견학한다. 그러나 네 아이는 잘못을 저질러 견학 도중 하차한다. 그때마다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 움파룸파 사람들이 나타나 춤추며 노래한다. 윌리 웡카는 마지막으로 남은 찰리에게 공장을 물려 주겠다고 약속한다.

참 재미있다.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껌과 사탕과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즐겁게 노래 부르며 일하는 움파룸파 사람들! 공장주 윌리 웡카는 열대 밀림 지역을 여행하다가 카카오를 좋아하지만 벌레나 먹고 사는 움파룸파 사람들을 만난다. 그는 우두머리에게 말한다.

“여보세요. 만약 당신과 당신 부족이 내가 사는 나라로 와서 우리 공장에서 살겠다면 당신이 원하는 만큼 카카오 열매를 드리지요! 식사 때마다 카카오 열매를 드실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 월급을 카카오 열매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원작에서 움파룸파 사람들은 발그스레한 흰 피부에 금빛 머리카락으로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검은 피부로 등장한다. 일한 대가를 카카오 열매로 받는 사람! 열대 지방서 데려온 사람! 키 작고 피부가 검은 사람! 카카오의 역사가 떠오른다.

1519년, 에스파냐 군인인 에르난 코르테스는 현재의 멕시코 지역을 침략한다. 황제를 가두고 보물을 약탈하며, 원주민을 죽이고 전통 문화도 파괴한다. 그러던 중 침략자들은 이 지역의 상류층이 즐기던 음료에 주목한다. 카카오 콩을 갈아 만든 그 음료는 원기 회복에 좋았다. 침략자 군대를 따라온 가톨릭 신부들은 카카오를 가공한 초콜릿 음료를 유럽에 소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중남미 곳곳에는 원주민의 노동력을 이용한 대규모 카카오 농장이 생겼다. 게다가 카카오 콩은 이 지역에서 화폐로 쓰이고 있었다.

수출하여 돈을 벌게 해 주는 나무, 식민지를 다스릴 화폐가 열리는 나무를 식민지인을 시켜 거의 공짜로 키우게 하는 셈이니, 침략자들에게는 일거 삼득이었다. 학살과 전염병으로 원주민 인구가 줄어들어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사 와서 강제로 일을 시켰다. 아프리카에도 카카오 플랜테이션을 만들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카카오 생산국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이다. 농장의 일꾼은 대개 인근 가난한 나라에서 인신매매된 어린 아이들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워낙 낮은 임금을 받기에 초콜릿을 사 먹어 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나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 움파룸파 족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카카오를 월급으로 받으며, 공장 안에 평생 갇혀서 그들은 진정 즐겁고 행복할까? 지금 초콜릿을 아무 생각없이 사 먹는 우리는 옳은가?

『백마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저자, 역사에세이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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