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공기관 이전 싸고 지역별 희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24일 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안을 공식 확정함에 따라 지역별로 희비가 교차했다.

특히 희망했던 기관을 배치받지 못한 지역에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부산 '비판적 수용'

토지공사 유치무산에 따라 '공공기관 배치방침 변경 수용불가'를 천명하는 등 강력 반발했던 부산시가 24일 '비판적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정부의 이전계획을 수용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해당 기관들이 옮겨올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가동해 지원하는 한편 노조와도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시장은 조만간 부산이전이 확정된 12개 공공기관에 이같은 뜻을 담은 서한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또 부산시 고위 간부는 "해양수산과 금융, 영화영상 등 3대 전략산업 관련 공공기관을 비롯해 매출 2조원이 넘는 남부발전㈜이 옮겨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토지공사에 못지 않은 실속은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침변경으로 인해 한전에 이어 토지공사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해 명분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특히 당초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남부발전㈜ 이전이 결정되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전체 직원을 부산으로 이주시키기로 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부산시가 이처럼 수용쪽으로 돌아선 것은 이미 결정된 방침을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당초 원했던 전략산업 관련 공공기관들을 얻어냄으로써 나름대로 실속은 챙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허 시장은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부산시의 공식입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반발과 환영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공기관 부산유치 범시민사회연대'는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결정에 임박해 배치기준을 바꾸는 바람에 토공의 유치가 무산됐다"며 "시민들과 함께 무효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박인호 공동대표는 "대규모 공공기관을 배치하는데 있어 제2의 도시 부산을 뺀 것은 분명한 홀대이며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면서 공공기관들이 나눠먹기식으로 배치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은 "공공기관 이전이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전과 토공과 같은 대규모 공공기관의 부산 유치는 다소 무리한 주장이었다"며 "해양과 금융, 영화.영상 관련 기관의 부산유치가 확정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아쉽지만 수용"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공식발표와 관련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24일 "아쉽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각각 보였다.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후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가스공사와 한국전산원, 산업기술평가원, 학술진흥재단, 사학진흥재단 등 12개 공공기관의 이전 발표를 듣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 시장은 "가스공사가 상당히 큰 공기업으로 만족스럽지만 산업지원기능군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다행히 대구와 같은 생활권인 경북에 도로공사 등이 배치돼 중앙 정부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도로공사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립식물검역소 등 13개 공공기관의 경북 이전 발표에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울산은 만족과 불만 엇갈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울산시가 신청했던 한국전력이 광주로, 석유공사가 울산으로 이전이 확정되자 지역에서는 각계의 입장에 따라 '만족'과 '불만'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울산시는 24일 한전 유치가 무산된 것이 아쉽지만 석유공사 등 지역산업과 연관성이 큰 기관의 이전에 만족한다는 분위기 속에 박맹우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울산 공공기관 유치단'을 이끌었던 열린우리당 강길부(울주군) 국회의원은 "공공기관 이전에 지역 낙후도보다 국가 경쟁력 제고가 우선 고려돼야 했다"며 "그러나 울산으로서는 에너지 관련 기관이 유치돼 성공적이다"고 평가했다.

기업체와 울산상공회의소도 에너지 관련 기관의 유치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울산상의 김영주 전무는 "한전이 오지 않아 아쉽지만 기업체에서는 기업활동과 관련되는 기관의 이전을 바랐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으며, 장기적으로 석유공사 등 의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발전연구원도 "울산의 주력 산업과 관련있는 에너지 관리 기능군이 유치돼 바람직하다"며 "석유화학 업계의 첨단화와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울산시의회 등 지역 정가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시의회 강석구 내무위원장은 "지역 낙후도를 고려했다고 하지만 정치적 결정일 뿐이며, 산업수도 울산의 성장엔진과 에너지 산업의 집적화 및 고도화를 위해서는 한전의 울산 이전이 바람직한 것이다"고 말했다.

경남은 주공 유치에 환연하는 분위기

당초 알려진 한국도로공사 대신 대한주택공사를 포함한 12개 기관이 경남에 배치된다는 사실이 24일 알려지자 경남도는 "도공 보다 규모가 더 큰 주공 등이 우리 지역에 배치된 것은 더 잘 된 일"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채용 행정부지사는 "러시아연방 하바로프스크 방문을 위해 해외 출장중인 김태호 지사에게 주공 배치 사실을 보고한 결과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소개한 뒤 "주공은 본사 직원수가 도공의 2배가 넘는 1천500여명에 이르고 1년 예산액이 10조원이 넘는데다 작년 지방세 납세 규모도 88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이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공을 포함한 12개 기관의 경남 배치 결정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특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뒤 "어느 지역에 공공기관을 배치하느냐의 문제는 여러가지 안이 있을 수 있으나 엄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공개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는 이와 함께 주공 등 기관 배치 결정과 관련, 혁신도시 유치와 연계하기 위한 새로운 논리 개발과 함께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 배치에 따른 적극적인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충북 "정부안 수용"

충북도와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이 도에 배정된 것과 관련, 24일 "정부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종 지사와 열린우리당 홍재형, 노영민, 김종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나름대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고심해 결정한 만큼 이를 수용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 당시만 해도 충청권 배제 논리에 밀려 공공기관은 전혀 배정이 안되는 것으로 분류돼 있었다"며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장.군수 등이 합심해 일궈 낸 값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공공기관 시.군 배치는 정부에서 제시한 원칙과 기준의 틀을 존중하면서 정부에 이미 제출한 권역별 중점 유치 계획과 지역특화발전 계획의 맥을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