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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다, 박지성 이적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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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박지성 이적 소식이 톱기사로 실린 맨U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나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박지성의 각오가 제목으로 뽑혔다. 겹쳐놓은 페이지는 박지성의 경기 사진과 함께 인터뷰를 전한 관련기사.

▶ PSV 에인트호벤의 팬 사이트에 소개된 ‘박주영 이적설’뉴스. 오른쪽 에 겹쳐진 사진은 ‘박지성 이적 찬반’ 온라인 투표 현황이다.

한국인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거 박지성(24)의 돌풍이 세차다. 그가 영국에 도착한 23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U) 팬들은 극성을 떨며 반겼다. 반면 그를 떠나보낸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팬들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미 떠난 박지성을 두고 '(에인트호벤에) 남아야 한다'는 설문조사를 하는가 하면 '대신 박주영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박지성은 이날 맨U 구단 관계자와 첫 대면을 했다. 일단 26일 귀국했다가 이르면 다음달 4일 시작하는 프리시즌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영국 언론은 "7월 23~30일 극동 아시아투어에 박지성도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티셔츠 팔러 오지 않았다"

맨U는 23일 홈페이지(www.manutd.com) 메인 화면에 '나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제목으로 박지성 입국 소식을 톱뉴스로 실었다. 협상 타결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적이 확정되기까지(transfer timeline)'를 지난 2일부터 날짜별로 상세히 알렸다. 박지성의 인천공항 기자회견(22일)도 함께 소개했다. "일부에선 그를 아시아 마케팅용이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박지성은 '나는 셔츠를 파는 것 이상을 위해 맨체스터에 왔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클럽에서 나 자신을 증명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는 게 요지다. 그가 에인트호벤에서 경기 하는 사진도 띄웠다.

◆ "우리에게 필요했던 그 선수"

이 홈페이지엔 팬들의 댓글이 꼬리를 문다. 환영 일색이다. "재능있는 선수가 온다니 정말 기쁘다"(부탈렙 아니스), "수퍼스타가 아니라 박처럼 부지런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가 필요했다"(레드 데블) 등. "한두 경기에서 못 한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자. 네덜란드 시절을 볼 때 한 두 해 정도는 여유를 가지자"(팻보이)는 의견도 나왔다. 극히 일부지만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PARK'이라는 저지(유니폼)가 한국에서 몇 장이나 팔릴 것 같으냐"(치즈볼 위저드). 이에 '아웃로'라는 팬은 "셔츠 장사로 이득보는 건 나이키뿐이다. 박은 그의 능력 때문에 온 것이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활약을 돌이켜 봐라"고 반박했다.

팬들은 '박지성의 포지션, 어디가 좋을까'라는 게시판도 만들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폴 스콜스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와 좌우 윙이 두루 추천됐다. '그를 어디에 두든, 경기장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될 것'(바비 노)이라는 의견도 떴다. 박지성의 왕성한 체력과 활동반경을 의식한 듯 하다.

◆ 네덜란드 팬 58% "박지성 남아야"

"데데레레레 위송 파르크('박'의 네덜란드식 발음)~"가 반복되는 응원가까지 만들었던 에인트호벤 팬들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이적설이 나돌 때부터 네덜란드 팬사이트(www.psvzone.nl)에선 '박지성이 PSV에 남아야 하나'라는 온라인 설문을 해 왔다. 그의 이적이 확정된 23일에도 투표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현재 823명 중 58%인 477명이 '반드시 남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계약기간(2006년 6월)까지 남아달라'는 주문도 22%나 된다. '결국 돈이 문제(맨U가 큰 돈을 썼으니 갈 수밖에…)'라는 포기형 응답도 19%였다.

◆ 박주영이 대신 에인트호벤으로◆

이 사이트에는 박지성의 빈 자리에 박주영이 영입될지 모른다는 설도 떠있다. '박주영, PSV 접촉'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 FC 서울의 공격수 박주영이 PSV에 접근 중"이라며 "그의 이적료는 200만 달러(약 20억원)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원하지만, 박지성이 맨U로 갔기 때문에 박주영은 PSV를 거치는 단계를 밟을지 모른다. PSV는 이미 FC 서울로부터 여러 정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 단순히 희망사항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어쨌든 박지성의 빈 자리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임에는 틀림없다.

◆ 울상 된 피스컵 조직위

박지성이 이적하면서 다음달 15일 한국에서 개막하는 피스컵 국제클럽축구대회의 조직위원회가 난감해졌다. 조직위는 그동안 박지성이 속한 에인트호벤의 참가를 앞세워 홍보에 주력해 왔다. 두 달 전부터 박지성을 모델로 한 홍보 포스터를 수만 장 배포했고, 같은 사진으로 랩핑(외면 장식)한 차량도 두 대 가동했다. 조직위는 "계약 당시 박지성을 반드시 출전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이 있지만 이적은 해당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일단 피스컵만이라도 뛰게 해달라고 에인트호벤에 공문을 보냈지만 응답이 없다"고 애태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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