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의 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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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호주의의 강화는 세계무역의 신장을 가로막는 최대의 벽이다.
그럼에도 선진권을 비롯해서 세계의 모든 나라는 거의 관세, 비관세장벽을 쌓아놓고 끊임없이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미·일, 서구·일의 무역마찰이 그렇고 선진국의 대개도국 차별대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런 국제무역환경의 악화를 방지하고 공정한 교역질서를 추진하기 위해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최근 『세계경제에 있어서의 보호주의와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8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UNCTAD이사회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83년도 총회의 기조토의자료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 보고서는 세계각국이 수입제한등 보호주의 경향으로 기울고 있는 결과, 국제무역에는 차별이 심해지고 폐쇄적이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의 요지는 구체적으로 주요무역제한 사례등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보호주의는 여러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 관세에 비해 투명도가 낮은 비관세조치를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②주요 선진국의 가중평균관세율은 EC가 2.9%, 미국이 4.3%, 일본이 7%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과 EC는 노동집약형 상품에 대한 관세를 높게 설정하고 있다.
③EC와 미국은 섬유·식량·음료, 일본은 식량과 음료등에 대해 비관세조치를 취하고 있다.
④보호주의적 조치의 증가는 국제무역에 한층 더 차별을 두게하여 무역체제는 폐쇄적이며 비능률적이 되게하고 있다. 다자간 섬유협정(MFA)이 중요한 예의 하나다. 앞으로 시장을 개방하여 약한 위치에 있는 개발도상국이 보호주의에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상과 같은 사례를 열거한 동보고서는 세계각국에 『방위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수입과 자국시장방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제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모든 나라의 경제·무역구조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UNCTAD가 주로 선진권의 보호주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추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선진국의 자폐증은 그대로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에 있어서의 셰어(점유율)만 보아도(78년기준) 선진국은 전체의 72.4%(그중 EC 35.4%)에 이르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23.6%(그중 석유수출국 7.7%), 공산권은 4%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선진권의 비중이 절대적이므로 그들이 서로 무역마찰을 격화시켜 자국시장보호를 강화한다면 그 영향이 개발도상국에까지 미쳐올 것은 뻔하다.
개도국으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원료품과 공산품의 차별대우, 기술격차의 차이등으로 불리한 여건을 감수하고 있는 터에 배타적인 무역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수출주종상품인 섬유·전자제품·철강제품등이 이미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것은 바로 세계시장, 그가운데서도 선진국시장의 보호정책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국가간의 교역이 질서있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균형을 찾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적자를 만성적으로 내는 경우가 외면당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UNCTAD보고서가 그대로 회원국에 받아들여 질지는 의문이지만, 우리의 통상외교도 국제기구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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