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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에 일어교육 붐|서울서만 36개교서 교과 채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고등학교에 일본어 붐이 일고 있다. 일본어는 문교부가 지난73년 고등학교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문호를 개방한 이래 수년간은 일부 학부모의 반대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외면당해 왔으나 최근 들어 일본어를 선택하는 학교와 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특히 일부 고교에서는 제2외국어를 일어만 가르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어가 다른 외국어에 비해 배우기 쉽고 대입학력고사에서도 비교적 좋은 점수를 얻을수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 79학년도엔 전체수험생 40만25명의 99%가 영어를 택했고 일본어선택은0.5%에 불과하던 것이 82학년도엔 영어선택이 전체수험생 59만1천7백21명의 91%로 준 반면 일본어선택은5.7%로 늘어 일본어선택학생이 3년전에 비해 10배이상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4,5년전까지만 해도 10개교 안팎이던 일본어선택고교가 82년3월 현재 36개교로 늘어났고, 특히 문일고·동일여고·체육고·국악고등 7개교에서는 고교교육과정에서 허용된 독일어·불어·중국어·스페인어·일본어등 5개 제2외국어 과목가운데 일본어만 가르치고 있다.
또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독일어나 불어등을 일본어와 함께 가르치는 학교에서도 일본어선택학생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의 일본어교사가 1,2,3학년 모두 학기마다 주2시간씩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T여고의 경우 80년 대입예비고사에서 1백명이 일본어를 선택했으나 82학년도에는 50%가 늘어난 1백50여명이나 됐다.
또 독일어와 일본어등 2개외국어를 학생희망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J고교는 76년 일본어과목개설때 일부 학부모들이 『일본어도 외국어라고 할수 있느냐』 『36년간 압박을 당한것도 억울한데 해방후 세대에 또 다시 지배자의 말을 배우도록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 희망자가 전체10학급가운데 1학급도 안되었으나 80년에는 독일어와 일본어선택이 5대5수준으로 바뀌었고 올해 신입생들은 3대7로 일본어선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일본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
M고 표모교사는『영어는 6년간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들간에 실력차가 많이 생기지만 일본어는 수업단위가 적은데다 수업기간도 3년뿐이어서 학생들이 대학입시과목으로 많이 선택하고있다』면서 『더군다나 학생주변에 일본어세대가 아직 남아있어 학습에 도움을 얻기가 쉽고, 또 재수생의 경우 다른 제2외국어에 비해 그 수가 엄청나게 많은 일본어학원에서 단기간에 입시준비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73년부터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택한 동일여고 김동섭교장은 『대학 입시등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일본이 우리의 영원한 경쟁상대라는 점에 감안, 그들과 싸워 이기려면 우선 그들의 언어부터 잘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일찍부터 가르치게 된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관계자들은 그러나 일부고교가 다른 제2외국어교육을 전폐한채 일본어만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입학후의 수강에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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