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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美·日 신보수주의 동맹?

중앙일보

입력

지난 3개월간 나는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런 와중에 유난히 기세가 등등했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네오콘(neo-conservatives.신보수주의자들)이다.

이라크전쟁은 '신보수주의 전쟁'이라고까지 불렸을 정도로 이들의 입김은 대단했다. 이들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는 '불량국가'들에 대한 체제전환론.선제공격론, 중동의 민주화 도미노론 등을 전개했다.

*** 중동 민주화 도미노론은 어디서

이라크 민주화를 기점으로 중동 전체를 민주화하려는 중동 도미노론은 전후 일본과 아시아 발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 행정부 내 신보수주의 논객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일본의 민주화가 동아시아의 발전과 민주화를 이끌어냈다. 동아시아에서 가능한 일이 중동이라고 불가능할 리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 네오콘 사이에서는 미국의 동맹이 영국과 일본.호주 등 '해양국가'로 압축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울포위츠 등 미국의 네오콘들은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중국의 연대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은 유라시아 대국이며 러시아.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국의 네오콘 세력이 득세함에 따라 일본에서도 네오콘과 같은 세력들이 하나둘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컬럼비아대학의 한국 유학생들은 일부 일본 유학생들을 '재패니스 네오콘'이라고 부른다. 일본 네오콘. 그 특징은 헌법 개정과 재군비, 일본의 과거 아시아 침략행위에 대한 재평가, 핵무장 의 '3가지 금기'를 공공연히 거론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직 신문기자로부터 전해 들었는데 그는 "일본 네오콘들은 신보수주의자라기보다 오히려 네오나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네오콘은 원래 좌익이나 진보에서 보수로의 회귀를 지향한다. 하지만 일본의 네오콘 현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난 네오콘 성향의 일본 유학생들은 대(對)중국, 대 북한 관계에서 일본 외무성이 보여준 소극적인 자세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들 유학생의 네오콘적인 정서는 일본 정계에 확산되고 있는 네오콘적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나와 절친한 자민당의 한 유력 정치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일본의 네오콘을 가속시켰다. 일본 네오콘들은 내심 북한 체제의 붕괴를 원하고 있다. 이는 미국 네오콘과 똑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상황이 급변해 네오콘이 일본 사회의 전면에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납치문제는 일본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 정치'의 분출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는 사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됐다. 일본 사회에서 안정은 물론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안감과 상실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국가와 민족 통합의 상징을 요구하게 됐다. 이제 남은 의문은 일본 네오콘의 대미관과 미.일 동맹관이다.

*** 북한 핵무장 막는 '네오콘' 기류

그 첫째 시나리오는 일본의 네오콘들이 북한 핵무장을 막기 위해 일본의 핵보유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중국을 적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기존의 대미 추종관계)

아니면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미국의 네오콘 일부가 주장하기 시작한 일본의 핵무장 용인론에 호응해 정면으로 일본의 핵무장을 추구하고, 동시에 미.일동맹을 유지하려는 구상이 있을 수 있다. (대미 대응동맹형)

혹은 전통적인 일본의 대미관계를 청산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자주독립형)

일본의 일부 젊은 보수 정치인 중에는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유행 같은 것일까. 미.일 네오콘 동맹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며 동시에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감정이다. '일본 네오콘'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대기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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