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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진의 깃발은 올랐다|27일 개막 앞둔 각 팀 이모저모|해태타이거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호랑이 팀에 호랑이 감독의 해태타이거즈가 광주에서 한 달째 승리를 위한 지칠 줄 모르는 포효를 계속하고 있다.
프로야구 6개 구단 중 가장 적은 15명의 선수들로 출범한 해태타이거즈의 훈련은 그래서 가장 강도 높고 엄격하다.
지난1월30일 창단식을 끝내고 지난달 1일부터 바로 본거지인 광주에 스프링캠프를 설치한 해태타이거즈는 호랑이감독 김동엽 사령탑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무등 경기장이 떠나갈 듯하다.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일당백을 강조하며 이제 목소리마저 쉬었다. 『한사람이 백 사람의 몫을 해내야만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엄명.
비록 최소의 선수단이지만 해태타이거즈의 패기와 의욕은「야구의 고장, 호남」을 대변하듯 뜨거운 연고지시민의 성원 속에 그 사기가 충천하다.
간판타자인 김봉연(31)을 정점으로 군산상 출신의「황금의 5인조 타선」을 구축했다.
3번 김성한(3루수), 4번 김봉연(1루수), 5번 김준환(지명타자), 6번 김우근(중견수), 7번 김종윤(우익수)등 왕년에 군산 상을 빚냈던 이들은 김씨 일가를 이룬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김봉연·김준환·김우근은 72년7월19일 제26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에서 부산 고에 대역전승을 연출해 오늘날의 군산 상에「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던 주역들. 당시 군산 상은 부산 고에 9회 초까지 4-1로 뒤져 패배가 결정적이었으나 9회 말 4득점을 올려 5-4의 일대 역전승을 거두었었다.
주장인 김봉연은『아마시절 3년 연속 타율 3할2푼을 유지해 왔으니 프로에서는 3할4푼을 기록, 한국프로에서 첫 타격왕이 되겠다』고 말한다. 『7년간 알루미늄배트만을 사용하다 나무배트를 쓰게되니 힘들고 배팅감각을 잡는데15일이나 걸렸다』는 김은『야구를 하고 나서 손이 부르트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마시절 배가 나와 자주 핀잔을 들었던 김봉연 이지만 이제는 86kg에서 7kg이나 몸무게가 줄고 1백m도 13초대를 기록하고 있다.
해태의 고민은 선수 난 외에도 믿을 만한 투수와 유격수가 없다는 것이 약점.
에이스 김용남 만이 완투능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1m80cm·80kg으로 체격이 좋은 신태중(27)이 의외의 피칭을 하고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유격수로는 연습생으로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김일권이 맡고 있다. 그러나 김은 아마야구 국가대표팀에 묶여있어 입단이 유보되어있다.
3일 훈련 하루휴식, 4일 훈련 하루휴식의 방식으로 가장 많은 땀을 홀리고있는 해태타이거즈는 밤에도 호텔옥상에 마련된 배팅 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자발적인 개인훈련을 하고있다.
『15명으로 프로야구를 해야하니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냐』는 푸념을 털어놓는 김동엽 감독도『강자에게는 호랑이의 용맹을. 약자에게는 호랑이의 인자함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은 얕은 선수 층이지만 팀이 젊어 오히려 갈수록 강해질 수 있는 것이 해태이기도하다.
숙명적인 라이벌 롯데자이언츠에 필승을 목표로 한 김동엽 감독은『친정 집 롯데에 완승』을 선언 도전장을 냈다. 김 감독은 77년 아마 롯데 창단 감독이었고 조창수·유남호 코치들은 롯데 창단 멤버였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김동엽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또 어떤 빛깔의 승리를 엮어낼지가 궁금하다. <광주=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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