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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유시장 동향과 전망|원유수급″당분간은 소비 〃국에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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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으례 오르는 것으로만 생각되어온 기름 값이 요즘 들어 내리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오일쇼크를 일으켜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잡은지 불과 10년 만에 다시 소비국들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석유 전문가들의 분석들은 모두 세계의 원유시장이 초안정의 시대임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모처럼의 초 안정이 언제까지 가느냐에 대해서는 저마다 견해가 틀리지만 적어도 올해에는 공급과잉현상이 계속되고 가격도 안정되리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들을 같이한다.
우선 지난해말 이후 세계 원유사정 추이를 보면-
▲81년9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유지를 위해 하루 1백만 배럴 감산결정.
▲81년10월29일 제61차 OPEC총회 첫 유가단일화에 합의. 최고가격을 배럴당 41달러에서 38달러로, 기준유가는 배럴당 36달러에서 34달러로 인하하고 82년 말까지 유가동결.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1일부터 다시 하루 1백만 배럴 감산.
▲영국 국영석유회사 82년 2월8일자로 배럴당 1·5달러 인하, 기준유가 배럴당 35달러로 조정.
▲이란, 2월5일 1달러, 2월11일1달러, 2월21일 2달러씩 올 들어 모두 배럴당 4달러 유가 연속인하.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줄인 산유량을 현재의 하루 70만 배럴에서 3백2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발표.
▲2월13일 사우디아라비아 산 기준원유인 아라비안 라이트, 세계 현물시장에서 79년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 선을 깨고 하락.
이처럼 원유가 넘쳐흘러 모든 산유국들아 감산과 유가인하를 놓고 고민하도록 만든 것은 1,2차 오일 쇼크에 데어버린 세계 각 국의 에너지절약과 석유대체 노력 때문이다. 60연대의 메이저의 횡포가 오일쇼크로 폭발되어 70년대의 OPEC시대를 낳은 것처럼 이젠 산유국의 횡포가 소비 국의 시대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지난73년이래 무려 17배나 뛴 원유 가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에너지소비패턴은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텍사코의 수석 경제학자인「토멜론」박사는 이를 가리켜「석유소비의 무서운 개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유진영의 석유소비는 지난 2년 동안 거의10%가 줄어들었다. 미국 만해도 지난해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량은 전년보다 15·7%가 줄어 하루 5백70만 배럴이라는 7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OPEC는 한때 OPEC「원유에 대한 수요가 오는 85년에는 하루 4천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으나 현재는 OPEC내의 낙관론자들도 하루 2천8백만 배럴을 넘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수급변화에 가장 민감한 세계의 석유메이저들도 자유진영의 총 석유수요량은 경기회복세를 감안, 80년의 하루 4천9백만 배럴에서 85년 5천70만 배럴, 예년에는 5천4백만 배럴로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있는 이란과 이라크는 전 후 복구를 위해 산유량을 크게 늘려 자 국산 원유를 세계시장에 덤핑이라도 할 기세이므로 OPEC는 또 다른 유가 인하압력을 받고 있다.
석탄·원자력·천연가스 등 당장이라도 이용이 가능한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은 지금도 세계 각 국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미 허드슨 연구소의 「월리엄·브라운」박사는 포천지 최근호에서 매년 일산 50만∼1백만 배럴 규모의 신 유전을 발견하는 것과 맞먹는 석유 대체성과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영국·노르웨이·맥시코 등 비 OPEC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자꾸 늘리고 있는 것도 OPEC로서는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드슨 연구소의 「월리엄·브라운」박사는 적어도 오는 85년까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세계 원유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을 정도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등의 비교적 온건한 견해도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유가 상승은 당분간 없으며 80년대 후반에 가서야 세계 석유시장은 팽팽한 수급 균형상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도 원유의 공급과잉은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가격인하로 원유의 평균 복합단가는 지난해 11월29일의 33달러77센트에서 33달러16센트로 떨어졌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올해 모두 6천만 달러의 외화를 절약 할 수 있게됐다.
다만 쌍룡이 들여오고 있는 이란 원유의 비중이 전체의 8·2%에 불과하고 그동안의 환율상승이 달러베이스의 유가 인하요인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 아쉽다.
현재 우리나라는 OPEC. 비OPEC국을 합쳐 11개국과 하루61만6천 배럴의 원유도입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 들어오고 있는 운은 하루 54만6천 배럴인데도 경유사의 가동률은 65%수준에 불과하다.
너무 오른 기름 값 때문에 에너지절약이 가속 된데다가 경기침체로 인한 산업용 수요의 감퇴, 또 지난 겨울의 따뜻한 일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젠 너도나도 원유를 주겠다고 하며 도입원유의 대부분을 공시가격으로 사고 있고 아직도 프리미엄이 붙고있는 물량은 척만 배럴 정도다.
일본의 석유회사들은 최근 오는3월말로 만기가 되는 이란·쿠웨이트와의 장기공급계약을 갱신하기를 회피함으로써 계약을 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쿠웨이트와는 3월말로 일단 계약이 만료되므로 현재 가격·물량 등을 협상중이지만 과거처럼 구걸 일변도의 입장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석유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가에 달려 있고 모 사우디아라비아는 쉽게 유가를 올리거나 내릴 나라가 아니어서 오는 5월의 OPEC 총회결과를 두고보아야 하지만 어떻게든 더 이상의 유가하락을 막자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이다.
어쨌든 물량적인 공급확보를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경제적인 공급확보가 해결의 열쇠라고 동력자원 연구소의 이회성 박사는 지적한다.
정부가 여러가지 보완책을 마련 올해 안으로 유가체계를 자율화시키려는 것도 이제는 가격 경쟁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풀어나가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각 정유사별 유종에 따라 실제로 값이 내리는 것을 보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에너지절약, 대체에너지 개발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중동의 정치적 돌발사태는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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