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방 우리들의 수다] 초등학생 휴대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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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느냐가 문제다
문병수 <방배초 6년>
요즘에 휴대전화 사용이 늘면서,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반만 하더라도 반 아이들 중 반 정도는 휴대전화가 있다.

물론 어떤 물건을 가질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어린이라 해도 부모님이 허락하셨다면 휴대전화를 가지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씀씀이가 늘어난다. 통화라는 원래 기능보다는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사서 듣는 데에 집중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가치도 잘 모른 채 많은 돈을 쓸 수 있다. 또 공부에 집중을 못하거나, 휴대전화 중독증에 걸릴 수도 있다.

또한 휴대전화는 대부분 비싸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자기 돈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너무 쉽게 물건을 가지게 되면 돈의 소중함도 모를 수 있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휴대전화를 무조건 안 쓰는 것보다는 PC게임이나 채팅처럼 사용을 조금씩 줄여 시간과 돈의 낭비를 막으면서 사용해야 한다.

흠 없는 글 … 주장 약해 아쉬워

[총평] 자기 주변의 예로 초등학생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글을 자연스럽게 시작한 도입부가 좋다. 또 논술문이 선호하는 간결체.강건체로 문장이 깔끔하고 힘차, 나무랄 데 없다.

비교적 단락 나누기도 잘했다. 단락마다 소주제가 통일돼 있고 단락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전체 주제를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 번째.네 번째 단락을 함께 묶어 논리 전개부로 처리했다면 얼개가 좀 더 완벽하겠다.

그런데 이 글의 문제는 주장이 너무 절충적이라는 데 있다. '초등학생 휴대전화 필요한가, 불필요한가'라는 논제는 분명히 '필요/불필요' 둘 중 하나의 결론을 원하는 '찬반식 논제'다. 물론 이런 양비론적인 문제는 흑백논리로 치우칠 수 있다. 하지만 찬반식 논제는 쓰는 이가 자신의 주장을 어느 정도 자신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지를 가늠하고자 하는 의도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을 우선 확실하게 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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