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타일러 라쉬의 비정상의 눈

무릎 꿇고 눈 맞추며 나를 설득한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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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부모님과 누나는 주로 일광욕을 즐겼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나는 바닷가를 온통 쏘다녔다. 나를 그렇게 키운 사람은 어머니였다. 늘 장난감이 아닌 물건을 주며 장난감 삼아 놀아보라고 했고, 날씨가 좋다 싶으면 무조건 바깥에서 놀게 했다. 자연에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상상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집안에서 놀면 귀찮으니 나가라는 소리였을까.

 바닷가에선 주로 게나 조개를 잡았는데 그날은 특별한 보물을 발견하고 노란 양동이에 가득 채워왔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타일러, 수고 많았어”라며 격려해줬다.

 “ 여러 마리를 모았네! 어떻게 찾았니? ”

 “물속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7마리나 잡았어.”

 어머니는 양동이를 받아들었고 나는 다시 보물을 찾아나섰다. 해질 무렵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그 보물을 모두 돌로 으깨놓았다. 이를 본 나는 펑펑 울었다.

 “내가 모아온 건데 왜 그랬어? ”

 항의하는 내 앞에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눈높이부터 맞춘 뒤 말했다.

 “타일러, 내 말 잘 들어봐. 해파리가 사람을 찌르면 어떻게 되니?”

 “아파.”

 “맞아. 아파. 타일러는 조심스럽게 다뤄서 찔리지 않았지만 수영하는 다른 사람들은 바다에서 해파리에게 자주 찔려. 해파리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이 녀석들을 돌려보내면 남들이 찔려 아플 수 있어.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 ”

 나는 보물을 잃은 것이 억울했지만 어머니의 논리적인 설명 앞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동심의 세계에선 해파리가 보물일 수도 있음을 이해해주고 이를 모으는 것은 말리지 않았던 어머니가 아닌가. 그 어머니가 차근차근 설득하 는 것이니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내게는 보물일 수 있지만 남에게는 해롭거나 좋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 듯싶다. 동시에 현실과는 다른 상상 속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배웠다.

 당시 어머니가 해파리를 모으는 나의 행동 자체를 말리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숨은 교훈이 하나 있지 않은가 싶다. 나이가 들어도 남에게 해롭지 않은 이상 자신만의 보물이나 꿈을 계속 찾아다녀도 된다는 사실 말이다.

타일러 라쉬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1988년 미국 버몬트주 출생. 시카고대 국제학 전공. 서울대 정치외교학 석사 과정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