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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뜀박질 … 60달러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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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 하반기 원유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 인도분은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 거래에서 전날보다 0.71달러 오른 배럴당 59.1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유가 선물 거래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유 선물 가격이 오르면 현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의 세계안보연구소 갈 루프트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평균 60달러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시장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유가 왜 오르나=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 1일부터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늘리기로 결정했지만 세계 수요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휘발유 소비가 늘어날 상황이지만 미국의 원유 재고가 부족하고 4분기에는 겨울철 난방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으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유 정제 시설도 부족하다. 최근 로열더치셸의 텍사스 정유 공장이 수리를 위해 가동을 중단하면서 휘발유와 난방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월 중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9.4%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근본적으로는 원유 매장이 제한돼 있고 새로운 유전을 발굴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등 추가 공급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 프린스턴대 케니스 드파이스 지질학 교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원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량이 줄면 유가는 급등하고 석유 소비국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 대응은=산업자원부 주봉현 자원정책 심의관은 "최근 유가 오름세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나 원유 수입물량을 확보하기 곤란한 수준의 공급 부족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위해 석유공사.가스공사.한국전력.광업진흥공사 등 에너지 관련 4대 공기업의 유전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 금값도 급등=유가 상승에 따라 금값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올해 초 온스당 330유로 수준이었던 금값은 이달 들어 빠르게 올라 온스당 360유로로 상승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일 "원유 등 상품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금이 물가 상승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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