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의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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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침 햇살과 장모의 미소는 믿을수 없다.
마음 약한 서방(서낭=사위)들은 가슴 두근두근할 얘기다. 다행히도 이것은 영국의 속담.
장모에 관한한 서양사람들의 입은 더 거칠다.
『장모없는 색시 맞은 신랑에 비길까』
프랑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장모 살아있는데 무슨 악있을라구」서양사람들은 천년난을『장모의 혀』 (설) 라고도부른다. 횹사 뱀(사)의무늬를 닮아 일명
「뱀식물」 (스네이크 풀랜트)로 불리는 난이다. 그 줄기속에 든 섬유는 질켜서 활(궁)줄로도 쓰인다. 어느모로 보니 「장모의 혀」 를 곱게 본얘기는 아니다.
역시 장모의 천국은 우리나라만한 곳이 없다. 무뚝묵해 보이는 평안도 사람들도 『사우레 고우믄 오강분디(요감분지)쓴다』고 한다. 미덥고 꼽기만한 사위인데 무엇인들 함께 못쓰겠느냐는, 사뭇 토속적인 표현이다.
물론 이것은 하루 아침에 생긴관습은 아니다.우리나라는 고구려때부터 「빈류부가」 (서유부가)라고 해서 장가든 남자는 처가샅이를 했다.그런 생활은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제속 되었다.
이무렵만해도 사위가 고와서 그런 것은 아니고 사위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겻 같다. 아뭏든 이것이 미풍양속으로 굳어져 오늘도 사위라면 뿔이 솟아있어도 애지중지한다.
그러나 춘향부에 나오는 사위(이도령) 와 장모 (월매) 사이는 흐렸다 갰다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한양유학을 마치고 나타난 이도령을 보고 장모는 목이 메어 그를 부둥켜안는다. 장모에게 하는 말이『육고에 바삐 가, 연한 고기 사오너라. 팥을 두고 진지 지어라. 급히 것다 되게 질라. 인제 내딸 살았구나.』
그러나 거지행색을 한 도령의모습을 비로소 본 월매는 다시향단에게 호령한다.
『향단아! 양식없다. 밥것지 마라. 돈없다. 고기 그만 두어라. 』 글쎄, 옛소설의 한 삽화라고는하지만 시속의 단면을 보는 것같다. 거지행색의 사위보다는 어사또의 눈부신 모습을 탄
사위쪽이 한결 대젼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예나 이제나 사람의 숨길수 없는 상식인가.
장모라면 공연히 얼굴색을 바꾸는 서양사람들드 요즘은 반생의 기미가 보인다. 지난해 10월미국의 하원에선「장모의 날」을제정하자는 법안을 다수결로 채택해 세계 매스컴의 입담에 올랐었다. 후문은 없지만 국회의원들까지 나선 것을 보면 강모의 지위는 많이 향상되어가는 것 같다.
각설하고-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매일 매일이 「장모의 날」 인것도 같다.
요즘 중앙일보가『독자토론』에붙인 의견에서 67·5%가장인·장모 모시기를 찬성했다.
여성독자는 걸대다수인 82·5%.그런 열의는 부군도 찬성할 것이라는 심리까지 곁들인 결과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시어머니들은 기가막혀 사직서라도 쓸것 같지만, 밉지않은 옹석의 일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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